
전남투데이 손영욱 기자 |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6월 10일부터 9월 3일까지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 국제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의 ‘점유하는 광장’을 키워드로 삼아, 연결과 연대의 방식에 대한 탐구에 중심을 두며, 인권과 존엄성 실현을 위한 공동체적 연대의 자세를 모색한다. 공동체 실천의 현장을 재현하거나, 집단 기억의 장소를 소환하고, 시간의 흔적을 추적하는 등 예술적 개입을 통해 점유의 새로운 의미를 조명한다. 이는 전남 출신 작가들이 포함된 4명의 한국 작가들과 우크라이나·튀르키예·인도네시아·중국·홍콩 출신의 해외작가들을 포함하여 총 9명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적 격변 이후 선거를 통해 새 정권이 출범했지만, 연이은 대형 화재, 노후 인프라, 사회적 안전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한국 작가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역성과 장소성, 공동체의 감각을 예술로 다시 사유하며, 점유를 흔들리는 삶과 기억을 감각적으로 회복하는 실천으로 제시한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장기화되며 수많은 시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참여한 작가 중 한 명은 전선에 참전 중인 예술가로, 생존과 저항의 최전선에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점유를 존재 자체를 지켜내기 위한 절박한 기록으로 보여준다.
튀르키예는 정치적 불안과 표현의 제약이 지속되는 가운데, 작가는 침묵당한 몸과 공간을 소환하며 점유를 억압된 존재의 회복과 저항의 제스처로 표현한다.
홍콩은 국가보안법 이후 공공성과 발언의 공간이 축소되었고, 작가는 지워진 장소와 기억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며 점유를 사라진 연대와 시민 감각의 복원 행위로 전환한다.
이렇듯《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는 각기 다른 위기와 억압, 상실의 조건 속에서 '점유'를 존재의 회복과 장소의 재구성으로 풀어내며, 그 불안의 중심에 다시 사람들과 모이고, 기억을 나누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광장’의 감각을 불러낸다. 점유는 결국, 산산이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다시 연결하고 연대하는 과정이자, 공통의 시간과 장소를 회복하려는 예술적 선언이 된다.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광장’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공동체가 모이고 연대하는 과정을 하나의 서사로 풀어낸다. “연결되고, 점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이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세 가지 축을 설정한다. 첫째, ‘개인은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둘째, ‘현재 우리는 어떻게 연대하고 있는가’ 셋째, ‘변화의 미래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탐구이다. 이 전시는 세 구성 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정된 구조로 나뉘지 않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열린 개념의 장을 제시한다.
첫 번째 ‘점유’의 형태로는, 사회·정치적 현실의 복잡성과 긴박함을 참여형 설치 작업으로 선보이는 우크라이나 출신 오픈 그룹(Open Group), 잊히거나 가려진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시각화한 튀르키예 출신 에르칸 오즈겐(Erkan Ozgen), 국가보도연맹 사건을 중심으로 기억-공간-인물 간 관계를 아카이빙한 전남 장흥 출신 권승찬 작가가 있다.
두 번째 ‘점유’의 형태는, 공동체와 참여적 예술 실천을 추구하는 대형 벽화 작품을 선보이는 인도네시아 출신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 사진의 시간성과 현실성을 기반으로 사건의 흔적을 추적하는 전남 곡성 출신 이세현, 청년 세대로서 기억과 저항의 맥락을 되새기며 동시대 사회의 감각을 시각화하는 여성 작가 그룹 강수지·이하영(2인 그룹)의 작업이 포함된다.
세 번째 ‘점유’에는 사람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대형 이불 작품으로 광장을 형상화한 이산(본명: 정문성), 인간을 도시적 생명체로 바라보며 동시대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한 중국 출신 진양핑(Jin Yangping), 몸과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존재의 관계성을 영상 작업으로 풀어낸 홍콩 출신 아이작 총 와이(Isaac Chong Wai)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세 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구성되지만, 각 작품은 별도의 섹션 구분 없이 공간 안에서 혼재된 방식으로 배치되어,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품 간의 시간성과 의미를 유기적으로 교차해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전남도립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이번 기획전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향한 다양한 연대의 양상과 그 미학적 가능성을 조명한다. 전시는 예술을 매개로 형성되는 관계성과 상호작용에 주목하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공동체의 상을 상상하고 제안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 여러분께 동시대 예술의 흐름과 가치,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의 개막식은 참여작가 9명이 함께하는 가운데 6월 10일 오후 2시에 개최된다. 또한 개막 이후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작가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하여, 전시의 주제와 참여 의미를 한층 풍부하게 확장시킬 예정이다. 그 외 전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전남도립미술관 누리집(artmuseum.jeonnam.go.kr) 및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