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이 13년 역사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를 결국 폐지했다. 제작진의 의견은 물론 시청자 단체의 의견도 청취하지 않았다. <미디어인사이드>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매체 전반의 뉴스를 알기 쉽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기여했고, 언론계에선 자정 역할도 해왔다. 그토록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KBS의 자랑으로 삼아도 모자를 마당에 총선 나흘 후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뉴스든 시사교양프로그램이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털끝조차 건들어서는 안된다!’는 충정이었을 것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 감싸 안기도 바쁜데 상호비평 따위 웬말이냐!’ 생각했을 것이다. ‘8년 전부터 없애려했던 눈엣가시를 내 손으로 뽑겠다’는 절박한 결단이지 않았을까?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번 총선 결과가 던진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지상파 공영방송을 포함한 주류 미디어의 변화와 혁신이다. KBS, MBC, 족벌신문과 종편, 보도전문채널이 총동원돼 막판 북풍몰이를 포함해 종일편파방송으로 새누리당 압승을 위해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유권자들의 정치는 더 이상 TV에 지배당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오늘 날 공영방송 경영진이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실력 없는 일방적 편파방송만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에 머무르지 않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이용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공감 없이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총선 승리를 향해 함께 발 벗고 나섰던 종편과 족벌신문들이 총선 직후 눈앞에 닥친 보수의 공멸 위기를 걱정하며 청와대와 선긋기에 나섰겠는가. 그런데도 KBS, MBC 양대 공영방송은 총선 결과를 두고 청와대의 책임을 덮어주기 바쁘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이나 보수세력의 위기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로지 본인들을 임명해 준 ‘그 분에게만 충성을 다하면 나는 살아남겠지’라는 생각으로 공영방송을 사유화하고 있다. 이번 미디어인사이드 폐지 또한 방송사유화의 길목 중 하나이다.
끝까지 사리사욕, 오로지 나의 안위를 위해서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처참하게 망가진 공영방송의 민낯을 보게 된다. 신뢰와 영향력 모두 잃어가고 있는 KBS에서 폐지해야 할 것은 미디어인사이드가 아니라 반성도 변화도 모르는 정권해바라기 사장 자리다. 국민은 심판을 ‘선택’했고, 언론노동자들은 처참하게 무너진 공영방송 구조개편에 ‘집중’할 것이다.
출처 : 2016년 4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