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 “광주, 시공간 되돌아오는 현재형”

지난 7일 노벨상 수상자 강연서 ‘빛과 실’ 연설문 낭독

 

전남투데이 김희경 기자 | 소설가 한강 작가(54)가 지난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회고했다.

 

그는 이날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낭독했다. 그는 소설 ‘채식주의자’(창비)에서 최신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에 이르기까지 소설을 쓰면서 삶에 대해 질문하고 통찰해온 생각들과 자신의 문학을 이루고 있는 내밀한 질문들을 청중과 나눴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째서 세계는 폭력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공존하는가. 한강은 이 질문이 오랫동안 그의 글쓰기를 이끌어 온 힘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믿음이 흔들렸다”고도 했다. “내 모든 질문은 결국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 작가는 “나는 쓰는 사람”며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 안에 살면서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간의 폭력과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며 새 작품으로 나아갔다.

 

그의 질문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집필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한강은 광주 망월동 묘지를 다녀온 뒤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다”며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광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긴 역사를 두고 자행됐던 학살의 기록을 샅샅이 살폈다.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이렇게 탄생했다. 노벨위원회가 1순위로 꼽은 작품은 역사의 한 가운데 선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다.

 

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다.”

 

그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된 계기는 12살 때 처음 본 5·18 사진첩이었다. 한강은 서가에 거꾸로 꽂혀있던, 5·18 유족들과 생존자들이 비밀리에 제작해 유통한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다고 했다.

 

한강은 사진첩을 보며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이 새겨졌다고 했다. 한편으로 총을 맞은 사람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됐다"고 했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은 오는 10일 이뤄진다. 이날 한강 작가의 고향인 광주와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장흥에서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시는 당일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시민 축하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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