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단풍비 내리는 11월, 하늘이 시샘한 천재 ‘이균영’을 찾아

이균영문학동산, 생가, 광양향교 등에서 깊어가는 가을 감수성 충전

 

전남투데이 김길룡 기자 | 광양향교 명륜당 옆에 곧게 서 있는 은행나무잎이 노랗게 물드는 11월이면 어김없이 소환되는 사람이 있다.

 

평생 하나도 받기 어려운 이상문학상과 단재학술상을 두루 수상하면서 문단과 사학계의 반향을 일으킨 광양 출신 소설가이자 사학자 이균영이다.

 

이균영은 1951년 광양읍 우산리에서 태어나 광양중학교, 경복고등학교, 한양대 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덕여대 교수를 역임했다.

 

1977년 단편소설 ‘바람과 도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균영은 1984년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제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해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이균영이 남긴 소설집 ‘바람과 도시’, ‘멀리 있는 빛’, 장편소설 ‘노자와 장자의 나라’ 등에는 유당공원, 광양장도 등 광양 곳곳의 숨결이 진하게 배어있다.

 

그가 남긴 문학적 자서전 ‘젊은 소설가 한강이 보내 준 《여수의 사랑》을 읽으며 돌아본 여수 바닷가의 25년 전 초등학교는 그대로였다’라는 대목도 새롭게 주목을 받는다.

 

이균영이 1993년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내놓은 ‘신간회연구’는 좌·우익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신간회 실체를 밝힌 최초 연구서라는 평가로 단재학술상을 안겼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양 진영이 결성한 항일단체 신간회는 일제강점기를 분단의 기원으로 인식한 이균영이 천착한 주제로 출간 직후부터 사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가 소설 ‘어두운 기억의 저편’에서 분단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낸 것이나 신간회연구에서 인물들의 개성을 구체화한 것은 문학과 역사를 넘나드는 통섭을 방증한다.

 

이균영은 광양군지 편찬작업에 뛰어드는 한편, 백운산을 배경으로 근현대사를 다룬 열 권 분량의 대하소설을 구상하면서 수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흔다섯의 이균영은 1996년 11월 21일 새벽, 비운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짧은 생애와 안타까운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11월 21일이 되면 그의 생가 근처 우산공원 내 이균영 문학동산을 찾아 그를 추모하곤 한다.

 

이균영 문학동산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책으로 형상화한 조형물과 문학비 등이 소박하게 조성돼 있다.

 

그가 어릴 적 뛰놀던 우산공원, 은행잎이 수북하게 쌓인 광양향교, 생가가 있는 작은 골목에서도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

 

김성수 관광과장은 “은행잎 노랗게 물들어가는 11월에는 광양의 햇살이 키운 소설가이자 사학자인 이균영의 숨결이 살아있는 문학동산, 생가, 광양향교 등을 둘러보며 그의 문학과 역사 정신을 기리고 깊어가는 가을의 감수성도 가득 충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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