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두원면 대전마을에 농민의 마음이 타고 있습니다.



[전남투데이 윤진성 기자]저는 두원면 대전 해수욕장 가까이서 홀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의 딸입니다.
두원면 대전 해수욕장 관정 때문에 농업용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벼가 타고, 농부의 마음도 새까맣게 타고 있습니다.

대전마을에는 20~30여 년 전에 해수욕장에 필요한 물을 대기 위해 중형관정을 뚫었습니다. 그때부터 해마다 해수욕장만 개장하면 주변에 농업용 지하수가 줄어들고, 물이 나오지 않은 곳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당시 개발위원들과 농민들이 협의하여 물이 부족한 논에는 물을 한두 번씩 대주기로 하고 아무 문제없이 사용해 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수욕장 개장하고 3일 후부터는 잘 나오던 지하수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아 논에 물을 대려고 했더니 작년 2017년에 해수욕장 관정이 고장이 나서 새롭게 설치를 했다고 올해부터는 물을 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주말에 집에 들른 남동생이 벼가 타들어가는 것을 보다 못해 관리자를 찾아가서 급한 마음에 내년에는 벼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각서라도 쓸 테니 올해는 이왕 심은 것이니까 물을 달라고  사정했답니다. 물을 주겠다고 해서 다시 읍내에 가서 연결할 부속품을 사고 35도가 넘는 더위에 땀 뻘뻘 흘리며 호수 설치하고 물을 올려달라고 찾아갔더니, 이번에는 내년에 벼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각서와 작년에 엄마가 기계를 고장 낸 거라며 2천만 원짜리 기계가 고장 나면 자비로 고치겠다는 각서를 쓰면 물을 줄 수 있다고 했답니다.    

엄마께서는 벼농사를 짓는 게 죄도 아니고, 노후화되어 바꾼 기계를 엄마가 고장 냈다는 말이 억울해서 살 수도 없고, 2천만 원짜리 기계가 고장 나면 고칠 능력도 안 된다고 차라리 벼를 포기하신다고 했답니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20여 일 동안 물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논에 벼들이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집 앞 논이라 가까운 쪽은 식수용 수도꼭지를 24시간 내내 틀어서 겨우 살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식수가 마르진 않을까 고장이 나지 않을까 노모께서는 전전긍긍이십니다. 주변에 다른 논의 농민들도 줄어든 지하수로 겨우겨우 벼를 살리고 있고 하루빨리 물을 주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예부터 농부에게는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거하고 자기 논에 물들어 가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라 했는데 아침마다 눈만 뜨면 빨갛게 타들어가는 벼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옛날부터 자기 논에 물을 대다가도 이웃 논이 타들어 가면 물을 먼저 대주는 것이 인지상정 인데 하물며 물이 없어서도 아니고 물을 놔두고도 기계가 고장날까봐 벼가 탈 때까지 물을 대주지 않은 것이 말이 됩니까? 엄마께서는 포기했다고 괜찮다고 하시지만 광주에 사는 제가 여기저기 전화해서 항의하고 부탁해도 서로 책임을 미루고 해결해주지 않아 오늘도 타들어가는 벼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전 국가적으로 모든 지자체들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비를 긴급 투입하여 관정을 새로 뚫기도 하고 심지어 살수차까지 동원하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한다는 기사가 연일 올라오고 있는데 제 고향 고흥에서는 물을 옆에 두고서도 벼가 타들어갈 때까지 물을 대주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것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습니까? 타버린 벼에 대한 보상과 노모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내년에도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군수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른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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