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먼저 바로 서서 머슴을 바로 세웁시다,

 


1. 지방자치와 농협민주화는 오랜 염원과 노력 끝에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 농촌에 지방자치가 없었더라면 바퀴에 바람이 빠진 자동차처럼 스르르 주저앉고 말았을 것입니다. 지방자치를 했기 때문에 무엇인가 해보려는 자조적 노력 속에 활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성과를 선거가 상쇄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선거를 해야 자치이고, 자치를 통해서 지역사회가 활력을 찾았는데, 그 활력을 다시 선거후유증이 좀먹어 버리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지방선거에서 후유증이 심각한 것은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고, 승복하지 않는 이유는 경쟁이 공명정대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런 생각을 하게하는 주된 요인은 돈과 음해입니다. 선거에서 이긴 쪽도 상대의 돈과 음해 때문에 힘든 선거를 치뤘다고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데, 돈과 음해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더욱 분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입니다. 이 때문에 패가 갈려서 이웃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지역사회의 행복지수가 낮아집니다.

3. 지방선거의 후유증을 없애서, 재미있는 지방자치, 재미있는 협동조합을 꾸리는 출발점임과 동시에 근본적인 처방은 바로 공명선거를 실천하는 데에 있습니다. 공명선거를 통해서 후보 가운데 그 머슴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고,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해야 합니다. 선거결과란 무엇입니까? 누가 그 직무를 담당할 머슴으로 가장 적임자인가에 대하여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과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 내린 판단이며 결정입니다. 그런데 주인이 내린 결정에 머슴도, 심지어 주인들조차도 승복을 못하면, 우스운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선거에서 돈과 음해를 추방하는 대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선거법은 농촌 지역사회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정도로 돈과 음해를 무섭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법을 잘 지키면 공명선거가 됩니다.

4.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오로지 유권자의 표를 얻는 데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금품제공이나 유언비어의 유포가 득표에 실제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법선거의 근본적 책임이 유권자에게 있습니다. 먼저 주인이 바로 서야 좋은 머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선거는 주인이 주인노릇을 하는 가장 핵심적인 권리이며, 주인이 주인으로 바로서는 첫걸음입니다.

5. 후보에게 돈을 요구하는 유권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후보가 주니까 받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흔합니다. 후보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주인이 돈에 팔려 머슴의 노예가 되는 꼴이 됩니다. 머슴은 당당한 직분이지만, 노예는 직분이 아니라 미천한 신분일 따름입니다. 팔자를 고치는 것도 아닌 돈으로 노예가 되는 것은 창피한 일로서, 드문 경우이니 접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후보가 금품을 주는 경우인데, 받지 말고 고발해야 맞습니다. 그런데 지역정서상 선뜻 고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고발은 않더라도 간곡히 사절해야 하는데, 이 또한 어렵습니다. 돈을 받기도 어렵지만, 안 받기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안 받으면 의를 상하게 되고, 심하게는 적대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부득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들통 나면 처벌받을 각오를 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돈은 부득이 받았지만 그 대신 표는 찍지 말아야 합니다. 받고도 찍지 않으면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양심에 어긋나는 짓이다, 라고 생각해서 표를 주기 때문에, 금품수수가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득이하다는 핑계를 대도, 돈을 받는 것은 분명히 처벌대상입니다. 양심에 찔려 마음이 불편한데, 현실적으로는 처벌받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까지 무릅써가면서, 의를 상하지 않으려고 돈을 받아 준 것만으로 이미 그 후보에게 할 도리는 다 했습니다. 더 이상 무슨 의리를 지킵니까?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든 후보가 나쁜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런 나쁜 후보는 절대로 찍지 말아야 합니다
공명선거추진위원장 고 현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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