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김우정 기자 | 회장 승진 후 지방 협력사와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사업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세계적 경제계 거물들을 잇따라 만난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이 이 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비전을 찾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내부적으로는 이 회장의 승진 이후 선대회장들의 호칭을 재정비하는 등 세대교체를 공식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의 체류 일정은 지난 2019년 방한 당시와 똑같은 1박2일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수행단은 롯데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인데 400실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년 5개월 전 이낙연 당시 총리처럼 빈 살만 왕세자를 공항에서 직접 의전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방한 때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 회장을 포함한 5대 그룹 총수를 만났다. 특히 이 회장과는 같은 해 9월 사우디에서 다시 만났다.
정부가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건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수주전 때문이다.
‘네옴시티’ 건설 사업은 우리 돈 660여 조 원을 들여 사막과 산악지역을 인공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공사다. 삼성·SK·현대차·LG 등이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통해 네옴시티 터널공사를 수주했고, 다른 기업들도 사무용 빌딩을 비롯해 주택과 항만, 철도 등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공사 규모로 볼 때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우리 기업의 수주를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국내 총수들과의 회동 자리에서 대규모 투자 논의가 이뤄진 바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바라고 있다.
앞서 사우디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리아 퍼스트’, 한국이 최우선임을 강조하지만 수주 확대의 관건은 우리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 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원 장관은 방문 직후 “삼성·현대가 대장 기러기 역할을 해야 하지만 두 기업만으론 안 된다”며 “네이버 등 다른 기업과 스타트업까지, 그러니까 큰 돌·작은 돌·모래까지 같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만큼 그만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며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삼성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