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장에도 한국은 우물 안 싸움

미국의 일본 재무장 지지의 또 다른 배경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기어이 자신들의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까지 달리해 가며 자위적 군사력 사용은 물론, 먼저 선제공격까지도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음으로써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제 국가들에 ‘스스로 위협이 될 것’을 선언했다. 이미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일본의 재무장을 사실상 용인했었던 바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30일 자 사설을 통해 노골적으로 일본의 재무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일본이 재무장할 것인가? 토론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토론을 주도하라고 권고했다. 블룸버그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더욱 과감해져 유사한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 미사일이 잘못하면 일본 도시에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심상찮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발걸음이 빨라졌다. 1904년 한반도와 만주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전쟁까지 벌인 러시아와 일본은 지금도 쿠릴열도 4개 섬을 두고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숙적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공적이 됐으니 일본엔 기회다.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지는 7월 11일 자 사설을 통해 “미국은 일본이 군사력을 합법화하는 것을 반드시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21세기의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믿을 만한 국가”라는 점에서 세계안보체제에 기여하는 것이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필요해졌다고 강조하면서 아베가 일본과 세계를 위해 노력했던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맺었다.

 

세계 1·2위 국가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정세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거대한 지각판이 충돌할 때 경계 지역에서 연쇄 지진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올해 들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넘어 들어간 중국 군용기가 940여 대에 이를 정도로 미국을 등에 업고 독립을 꿈꾸는 대만을 향한 중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까지 군비경쟁을 가속하면서 지역 전체가 화약고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소련 해체 30년을 맞아 옛 영토 우크라이나를 되찾으려는 러시아와 미국·나토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침공 시나리오까지 공개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인 2021년의 대외환경 변화는 그리 반갑지 않았다. 미국의 대외정책 초점이 중국을 중심으로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맞춰지면서 북핵 문제는 뒷순위로 밀렸다. 미·중 패권경쟁이 고조되면서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입지는 좁아졌다. 특히 패권경쟁이 안보 영역뿐 아니라 경제, 기술 등의 분야로 확장되면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구분도 불가능해졌다. 그 와중에 일본은 다시 전쟁 가능한 나라로 돌아갈 기회를 잡았다.

 

워싱턴포스트지는 7월 11일 자 사설은 일본 내에서도 과거 군사주의 유산으로 해서 아직 이런 결정으로 가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이들이 많고, 더군다나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과거 점령 사로 인한 비통한 기억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군사력 합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조치는 이미 일본이 가지고 있는 육, 해, 공군 군사력의 현실을 합법화하는 것으로 그칠 뿐이지 전쟁 포기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혼란 속에서 일본은 재무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일본은 중국, 러시아 견제를 위한 미국의 대리국가로서 지역에서 군사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자위대에 묶인 족쇄를 풀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기이하게도 이 문장 앞에서는 평화헌법 개정은 75년 된 헌법이 지닌 ‘시대착오적인 법적 모호함’을 종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화헌법 제9조는 영구적인 전쟁 포기를 명문화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은 논리를 무리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헌법 개정을 해야 일본의 군사력(자위대) 합법화가 가능한데 그걸 전면에 내세우면 저항이 크니, ‘군사력 합법화’라는 말로 빠져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궤변이다.

 

야당이 된 민주당은 이런 미 언론의 주장에 대해서 단호한 논평과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자위대 장교들이 한-미-일 장교 친선모임에 초청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뉴스까지 있는 판에, 가만히 있을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험한 나라, 재무장된 일본의 등장은 우리의 생존을 겨냥하는 중대한 위협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한국은 일본을 지키는 전초기지고, 유사시 한반도가 일본 자위대 작전 영역에 편입되며, 정보 수집 능력과 무기 체계가 뒤떨어진 국군이 일본 자위대의 지휘하에 놓이게 된다’면 이보다 더 큰 외교 문제는 없다. 과거사 인식에 매달려 한·미 관계를 어색하게 하고, 중국의 지지를 얻으려 취했던 외교 행보를 통해 얻은 게 뭔지 결산할 때가 되었다.과거사 인식으로 각을 세우기보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다시 쓰지 않기 위해 '주권 존중'이라는 상투적 외교 수사대신 국군이 정보 수집 능력과 화력에서 일본 자위대와 대등한 전투력을 갖추도록 보장받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그 필요가 맞아서 지금 아시아제 국가들의 분노를 고려하고서도 이러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어느 정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때엔 우리도 실리를 챙기는 외교를 찾아서 해야 하는데, 과연 미국 사대주의에 넘쳐 있는 이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 시국에 연일 북송 어부와 피살공무원 등 전 정부의 무능만 질타하는 등 우물 안 싸움만 하고 있어 어쩌면 이미 일본은 한국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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