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억짜리 저장창고인가?…해남 행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290억 원.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 시민의 세금 121억8,000만 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짓고 있는 김치 원료 공급단지의 핵심 기능에서 절임 배추 가공시설이 빠졌다.

남은 것은 저장시설이다.

여기서부터 의문이 시작된다.

김치 원료 공급단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배추를 저장하는 것인가? 아니면 배추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 소득을 증대하는 것인가?

당초에는 절임 배추 가공을 비롯한 기능이 계획됐다. 하지만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 폐수처리시설 비용 등의 문제로 가공시설이 빠지고 저장시설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해남군은 향후 공모사업 등을 통해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정은 ‘언젠가’를 전제로 수백억 원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

공모사업에 선정될 것이라는 기대와 실제 예산이 확보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한번 지어진 시설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건물은 남고, 운영비는 계속 들어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준공을 서두르는 일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을 다시 묻는 일이다.

저장시설만으로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배추를 저장한 뒤 어디로 보낼 것인가?

가공시설이 없다면 다른 지역의 가공업체로 다시 운송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물류비가 발생한다.

저장비와 물류비를 부담하고도 농가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이익이 남는가?

저장시설 가동률이 낮아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운영 적자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은 뒤 돈을 벌 수 있느냐, 농민에게 실제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공사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해남군의회 농수산경제위원들이 평당 공사비 수준과 유사한 농협 저장시설의 건축비 등을 비교하며 차이를 지적했다면, 행정은 방어적인 설명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으면 된다.

자재가 다르다면 자재 내역을 공개하면 된다.

설계 기준이 다르다면 설계서를 공개하면 된다.

계약 방식 때문에 차이가 발생했다면 계약 구조를 설명하면 된다.

유지관리 비용 때문이라면 그 산출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 시민이 원하는 것은 흠집 내기가 아니다.

290억 원이 왜 필요한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행정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어쩌면 ‘일단 짓고 보자’일지 모른다.

사업을 시작했으니 중단하기 어렵고, 이미 돈이 들어갔으니 끝까지 가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미 투입된 돈이 많다는 이유로 앞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사업의 방향이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수정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준공식에서 테이프를 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준공 이후다.

시설이 실제로 가동되는가?

농민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얼마인가?

운영비는 감당할 수 있는가?

가공·유통·판매와 연결되는가?

지역 배추산업의 구조를 바꾸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290억 원짜리 건물이 아니라 290억 원짜리 산업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장만 하는 시설이라면 결국 창고다.

그러나 저장을 기반으로 가공과 유통, 판매까지 연결된다면 산업시설이 될 수 있다.

해남군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차이다.

행정의 성패는 ‘무엇을 지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바꿨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해남군은 이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사업은 정말 해남 배추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사업을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인가?

290억 원의 답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준공 이후의 성과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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