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청 시장실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23일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손훈모 순천시장의 집무실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압수수색 대상과 혐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은 지난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의 연장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지난 5월에는 손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의 자택 등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에도 캠프 관계자와 사업가 사이의 금전 거래 정황이 수사의 출발점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단순히 ‘경찰이 시장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직후의 설명이다. 경찰의 강제수사가 벌어진 현장을 두고 ‘차담’과 ‘업무협조 요청’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압수수색이 아니었다면 경찰은 왜 영장을 들고 왔는가?
차담이었다면 왜 반부패수사대가 수사관을 보내야 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시민에게 처음부터 사실 그대로 설명하지 않았는가?
물론 수사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손 시장의 혐의가 입증된 것도 아니며, 경찰이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손 시장이 실제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도 현재 단계에서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5천만 원의 성격이 무엇인지, 실제 선거자금이었는지, 개인 간 거래였는지, 돈의 흐름이 어디로 이어졌는지, 손 시장이 이를 사전에 알았거나 관여했는지 역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일부 보도 역시 이 부분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수사의 진실과 행정의 설명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수사 결과가 무혐의라면 그렇게 밝히면 된다.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현재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설명하면 된다. 수사 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면 “수사 중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하면 된다.
그것이 행정기관의 정상적인 대응이다. 그런데 실제 압수수색이 진행된 상황을 두고 시민들에게 ‘차담’이라는 설명을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순간부터 논점은 정치자금 의혹만이 아니라 행정의 신뢰 문제로 번진다.
시장은 ‘수사의 대상’ 이전에 시민의 대표다. 시장에게는 수사를 받을 권리도 있다. 시민 누구에게나 법 앞에서 방어권과 반론권이 있다. 그러나 시장은 동시에 시민의 세금을 집행하고 행정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책임자다. 그래서 시장의 말 한마디는 일반인의 해명과 무게가 다르다.
시민들이 시장의 말을 믿어야 행정이 움직인다. 그런데 경찰의 압수수색이라는 중대한 상황에서 시민에게 전달된 설명이 실제 상황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면, 그 순간부터 시민들이 묻는 것은 단순해진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더욱이 이번 사안은 일반적인 행정 민원도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이미 캠프 관계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고, 이번에는 현직 시장의 집무실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장과 순천시가 해야 할 일은 의혹을 작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정확하고 더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압수수색’이라는 두 글자를 감춘다고 사건이 사라지는가? 압수수색은 가벼운 행정 절차가 아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수사기관이 강제적으로 자료를 확보하는 절차다. 그 자체가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수사기관이 상당한 필요성을 판단해 강제수사에 들어갔다는 사실만큼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시민에게 ‘차담’으로 설명한다면 시민들은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하게 된다.
무엇을 감추려고 했는가? 물론 실제 해명 과정에서 어떤 표현이 사용됐는지, 누가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다른 해명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설명해야 한다. 누가 지시했는지. 왜 그런 설명을 했는지. 시장 본인은 어떤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홍보라인의 설명과 시장의 설명이 같은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경찰도 ‘압수수색했다’로 끝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경찰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강제수사는 강력한 국가권력의 행사다. 따라서 경찰 역시 수사 결과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진행 중인 수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압수물은 공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최소한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는 설명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결국 세 가지다.
5천만 원의 성격은 무엇인가?
그 돈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그리고 손훈모 시장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이 세 가지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압수수색 자체가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의 시작이 결론처럼 소비되어서도 안 된다. 순천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손훈모 시장을 미리 유죄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시장을 무조건 감싸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실을 알고 싶은 것이다.
돈이 오갔다면 왜 오갔는지?
선거자금이었다면 어디에 사용됐는지?
개인 간 거래였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손 시장이 알았다면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몰랐다면 경찰 수사에서 그것이 어떻게 확인됐는지?
그리고 경찰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시민은 그것을 알 권리가 있다.
진실은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숨기려는 순간 의혹은 더 커진다.
손훈모 시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차담이었다’는 식의 표현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와 책임 있는 설명이다. 경찰 수사에 당당하게 임하고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면 된다. 혐의가 없다면 수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혐의가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시민에게 사실과 다른 설명을 했다는 논란까지 남는다면, 수사가 끝난 뒤에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그것은 바로 행정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압수수색보다 무서운 것은 ‘거짓말하는 행정’이라는 인식이다
순천시청은 손훈모 시장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시장은 개인의 집무실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시민을 대표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공직자다. 그래서 시장실에 경찰이 들어오는 순간, 시민의 눈과 귀가 그곳을 향한다. 그때 행정이 해야 할 일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표현을 바꾸는 것도, 사태를 축소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시민의 기억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결국 묻는다.
“그날 시장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5천만 원 의혹의 진실과 별개로 순천시 행정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압수수색은 끝날 것이다. 수사도 언젠가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손훈모 시장과 순천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의혹을 덮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시민은 ‘차담’이라는 말보다 진실을 원한다. 그리고 시장의 자리는 그 진실 앞에서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