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일인가?

대통령상 심사위원 논란 15일째…해남군은 감사팀이 있는지조차 묻고 싶다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제35회 땅끝 해남 전국국악 경연대회를 둘러싼 대통령상 심사위원 선정과 심사 절차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런데도 해남군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악계 안팎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정작 행정을 책임지는 해남군에서는 이렇다 할 공개적인 설명이나 사실관계 확인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해남군에는 감사 기능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을 감사하고 있는가?

공직자가 관여한 행정 절차에 의문이 제기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감사의 기본 아닌가.

그런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남군은 진실을 확인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 논란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인가?”

이번 사안의 본질은 대통령상을 누가 받았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대통령상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을 누가? 어떤 절차로 선정했느냐​다.

누가 추천했는가?

누가 결정했는가.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가?

관련 회의나 협의 절차는 있었는가?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은 검토했는가?

그리고 대회 운영과 관련해 행정기관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이것부터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왜 답이 없는가?

 

■ 의혹이 제기됐으면 확인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공무원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조사하면 된다.

절차가 적법했다면 공개하면 된다.

문제가 없었다면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의혹을 키운다.

행정의 신뢰는 “문제가 없다”는 말 한마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자료를 공개할 때 비로소 신뢰가 만들어진다.

특히 이번 사안은 일반적인 민간행사도 아니다.

‘대통령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국의 국악인들이 참가한 전국 규모의 경연대회다.

대회의 권위가 높을수록 심사 절차는 더 엄격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의문이 제기됐는데도 아무런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면, 참가자들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심사는 공정했을 것”이라는 말만 믿으라는 것인가?

 

■ 해남군이 침묵할수록 의혹은 공직사회 전체로 번진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민간단체 내부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행정기관이나 공직자가 대회 운영 과정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순간부터는 행정의 책임과 절차적 투명성을 따져봐야 한다.

행정은 민간단체의 행사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반대로 행정기관의 관여가 없었다면 그것 역시 명확히 밝혀야 한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면 무엇이 상관없는지, 행정기관의 지원과 협조가 어디까지였는지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아무 설명도 없다.

이것이 문제다.

침묵은 해명이 아니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확인 절차조차 없다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혹시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들여다보지 않는 것 아니냐?”고.

그 의심을 해소할 책임 역시 행정에 있다.

 

■ 감사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해남군에 감사 기능이 있다면 이번 사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감사는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 대한 감사는 어렵지 않다.

심사위원 선정 관련 자료를 확인하면 된다.

추천 과정이 있었는지 확인하면 된다.

관련 협의나 내부 검토가 있었는지 확인하면 된다.

담당 공무원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의했는지 확인하면 된다.

대회 운영비와 행정 지원 내역도 확인하면 된다.

관련 규정과 실제 운영이 일치했는지도 살펴보면 된다.

그런데도 이런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감사 기능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사팀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을 감사하고 있는지 시민 앞에 설명해야 할 상황이다.

 

■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행정이라면 더 큰 문제다.

지역 행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시간으로 논란을 덮는 방식이다.

언론이 며칠 보도하다가 그만두고, 당사자들이 침묵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다.

그렇게 사건은 없었던 일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행정이 아니다.

행정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을 확인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전국의 국악인들이 주목하는 대회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면 더욱 그렇다.

땅끝이라 해남의 이름을 걸고 전국의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면 해남군 역시 지역의 행정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관심과 확인은 보여야 한다.

그런데 15일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남군은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 공직자를 보호하는 행정이 아니라 행정을 바로 세우는 행정이어야 한다

공직자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싸는 것이 아니다.

투명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가 없으면 없다고 밝히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잡고, 공직자의 잘못이 확인되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민간단체의 문제라면 행정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밝히면 된다.

그것이 공직자를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반대로 의혹이 제기됐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공직자 개인을 넘어 조직 전체가 의심받게 된다.

한 사람을 감싸려다가 행정 전체의 신뢰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를 보호하는 것과 공직자를 감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 대통령상의 권위는 ‘침묵’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대통령상은 이름만으로 권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심사와 투명한 절차가 쌓여야 권위가 생긴다.

전국의 국악인들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우리나라 최 남단 땅끝 해남까지 찾아왔다면, 적어도 “내가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다”는 믿음은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그 의문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면 참가자들이 느끼는 불신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통령상의 권위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혹을 덮는 것이 아니라 의혹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책임은 대회 주최·주관 해남군국악협회 측에 있다.

행정기관이 관여한 부분이 있다면 행정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이제 해남군이 답해야 한다

이제는 해남군이 답해야 한다.

첫째, 이번 대회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해남군 공직자가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가?

둘째, 대회와 관련해 해남군이 지원하거나 협의한 사항은 무엇인가?

셋째,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대해 해남군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는가?

넷째, 감사 또는 관련 부서에서 이번 논란을 검토했는가?

다섯째, 절차상 문제가 발견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자료가 있으면 공개하면 된다.

절차가 정당했다면 설명하면 된다.

문제가 없었다면 확인 결과를 밝히면 된다.

그런데 왜 하지 않는가?

 

■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해남군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국악계 내부의 잡음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문제는 결국 공정성의 문제이고 행정 신뢰의 문제이며 해남의 명예에 관한 문제다.

특히 앞으로도 대통령상을 내건 전국 규모의 대회를 계속 개최하려 한다면 이번 논란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늘 침묵하면 내년에는 더 큰 의혹이 생길 수 있다.

오늘 절차를 바로잡지 않으면 내년에는 참가자들이 대회 자체를 믿지 않을 수도 있다.

전국대회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예산도, 무대도, 홍보도 아니다.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침묵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남군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변명도 아니고, 책임 떠넘기기도 아니며,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확인하고, 공개하고,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

그것이 행정이다.

감사팀이 있다면 감사하라.

담당 부서가 있다면 확인하라.

공직자의 관여가 있었다면 그 범위를 공개하라.

문제가 없다면 자료로 입증하라.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어라.

그것이 공직사회를 지키는 길이고 해남군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상 심사위원을 누가 선정했는가부터 질문에 15일째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제 시민들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 더 늘어난다.

“해남군은 왜 이 문제를 확인하지 않는가?”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더 무겁다.

“감사팀은 누구를 감사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대통령상의 권위를 지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됐을 때 외면하지 않는 것.

공직사회에 의문이 제기됐을 때 감싸지 않는 것.

시민이 질문했을 때 침묵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다.

해남군은 더 이상 구렁이 담 넘듯 이 사안을 넘겨서는 안 된다.

전국 국악인들이 지켜보고 있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누가 선정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으며, 해남군은 무엇을 확인했는가?”

그것이 해남군이 특별시민에게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행정이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