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해남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400MW 태양광발전사업의 착공을 선언하면서 지역사회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리고 있다.
총사업비만 6,807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민간 연계 사업인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소득 증대에 대한 기대가 큰 반면, 정작 사업 과정에서 지역업체와 소규모 사업자들이 입찰 경쟁에서 배제되거나 하도급조차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주민참여 이익공유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정작 수천억 원 규모 사업의 경제적 과실은 대기업과 대형 사업자들이 가져가고 지역에는 이름뿐인 지원사업만 남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807억 대형사업…지역업체는 어디에 있나?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 7일 해남 혈도(염해) 간척지에서 ‘해남 재생복합단지 태양광발전 착공식’을 개최했다.
해남 문내면과 황산면 일대 혈도(염해) 간척지 479만㎡에 총 6,807억 원을 투입해 400MW 규모의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국 최대 규모인 10MW 영농 형 태양광도 포함되며, 약 2년간 공사를 거쳐 오는 2028년 준공 후 20년간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생산된 전력은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SK하이닉스에 공급될 예정이며, 국내 기업의 RE100 달성과 재생에너지 산업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업 규모만 놓고 보면 해남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시선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6,807억 원짜리 사업인데 해남 업체가 실제로 가져가는 몫은 얼마나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업체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공사 특성상 입찰 자격과 시공능력, 실적, 재무 조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 지역 중소업체가 애초 경쟁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규모 업체들은 원도급은커녕 하도급 시장에도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수천억 원 규모의 사업이 해남 땅에서 진행되지만, 실제 사업비 대부분은 외지 대기업과 대형 전문업체들이 가져가고, 지역에는 일부 인건비와 식비, 숙박비 정도만 남는다면 과연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배불리기 사업 아니냐”는 냉소
재생에너지 사업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남은 풍부한 일조량과 넓은 간척지,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갖춘 지역으로서 에너지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누가 그 성장의 열매를 가져가느냐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해남에 발전소만 들어서고 돈은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 “대기업과 대형 사업자들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역에는 생색내기식 지원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사실이 아니라면 사업 시행 주체와 행정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전체 사업비 가운데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공사·용역 규모는 얼마인지, 지역업체 참여 비율은 얼마인지, 지역민 고용은 몇 명이나 되는지, 지역업체에 돌아가는 하도급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밝혀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말이 실제 돈으로 얼마나 환산되는지 보여줘야 한다.
주민참여 이익공유…“과연 20년 동안 지켜질까?” 더 큰 관심사는 주민참여 이익공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문내면과 황산면 주민들에게 발전기금을 지원하고, 발전소 운영기간 20년 동안 발전 수익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공원과 해안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 취약계층 복지사업, 장학금 지원 등 지역민 지원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말만 놓고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약속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얼마를,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언제까지 지급하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약속이 20년 동안 정말 지켜질 것인가?
발전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사업자가 변경되거나, 지분 구조가 바뀌었을 때도 주민 이익공유가 동일하게 유지되는지? 발전사업자가 바뀌면 기존 약속은 어떻게 승계되는지? 주민들이 수익공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명확해야 한다.
‘주민참여형’이라는 이름만 붙여놓고 실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극히 제한적이라면 그것은 주민참여가 아니라 주민을 앞세운 사업 홍보에 불과하다. 따라서 행정은 지금이라도 주민 이익공유 협약의 내용과 지급 기준, 재원 규모, 지급 방식, 사업자 변경 시 승계 여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발전소는 해남에, 돈은 외지로?”…행정이 답해야...
이번 사업은 단순한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아니다. 해남의 미래에너지산업과 지역경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렇다면 지역민이 단순히 발전소 부지를 제공하고 환경적·사회적 부담을 감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이 사업의 주체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공사와 용역을 세분화하고, 지역기업 우대 방안을 마련하며, 지역민 고용을 확대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자재와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주민들이 단순히 발전기금을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사업의 경제적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주민참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남은 또 하나의 대형 개발사업을 경험하고도 “사업은 컸지만, 지역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될 수 있다.
대형사업의 성패는 발전량이 아니라 지역에 남는 가치다. 400MW라는 숫자는 화려하다. 6,807억 원이라는 투자 규모도 엄청나다. 그러나 지역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발전량도, 사업비 총액도 아니다. 그 돈 가운데 얼마가 해남에 남느냐?는 것이다.
지역업체가 얼마나 참여했는가?
지역민이 얼마나 고용됐는가?
지역주민에게 실제 얼마의 수익이 돌아갔는가?
20년 뒤 사업이 종료됐을 때 해남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이것이 진짜 성과지표가 되어야 한다.
대기업의 RE100을 달성하고 국가 에너지전환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주민과 지역기업이 들러리가 된다면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명분은 공허해진다.
해남에 발전소를 세우고, 해남의 땅을 사용하면서, 해남의 기업과 주민이 배제되는 구조라면 그것은 지역개발이 아니라 지역을 이용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해남군은 이제 말이 아니라 숫자로 답해야 한다.
지역업체 참여 규모는 얼마인가?
지역민 고용 목표는 몇 명인가?
주민에게 돌아가는 발전 수익은 정확히 얼마인가?
20년 동안 이를 보장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무엇인가?
사업자 변경이나 경영환경 변화에도 주민 이익공유 약속은 유지되는가?
그리고 6,807억 원 가운데 실제 해남 지역경제에 남는 돈은 얼마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이익공유’라는 거창한 구호는 결국 속 빈 강정이라는 지역사회의 의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400MW 태양광발전소가 해남의 미래를 밝히는 태양이 될지, 아니면 대기업의 배만 불리고 지역은 구경꾼으로 남는 또 하나의 대형사업으로 기록될지는 이제 행정과 사업자의 손에 달렸다.
해남의 햇빛으로 생산되는 전력이라면, 그 이익의 햇빛도 해남 주민들에게 비춰져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주민참여이고, 지역 상생이며,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행정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