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처음에는 달콤하다. 관광객은 싸게 여행할 수 있고, 지역 상인들은 손님이 늘어난다. 지방정부는 관광객 증가라는 숫자를 내세워 정책 성과를 홍보할 수 있다. 모두가 웃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반값 여행’이라는 달콤한 처방이 대한민국 지방관광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마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 강진군이 반값 여행으로 성과를 냈다. 그러자 전국의 지방정부가 앞다퉈 따라 하기 시작했다. 강진이 하면 완도도 하고, 완도가 하면 진도도 한다.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까지 ‘섬 반값 여행’을 내놓았다.
이제 전국 곳곳에서 ‘반값’이라는 이름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관광객의 여행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좋은 정책의 핵심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겉모습만 복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반값 여행의 본래 취지는 관광객에게 혜택을 주고 지역의 매력을 경험하게 만들어 다시 찾아오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지방정부들은 어떤가?
관광객이 왜 그 지역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기보다 얼마를 돌려줄 것인지부터 경쟁한다. 이쯤 되면 관광정책이 아니라 보조금 경쟁이다. 옆 지역에서 5만 원을 돌려주면 우리는 10만 원을 주고, 다른 지역이 반값이면 우리도 반값을 내건다. 결국 누가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하느냐의 싸움이 된다. 관광객에게는 좋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세금으로 관광객을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지방관광의 발전인가?
강진을 찾을 관광객이 완도로 가고, 완도를 찾을 관광객이 진도로 가고, 진도를 찾을 관광객이 신안으로 이동한다면 대한민국 전체 관광시장이 커진 것인가? 아니다. 그저 세금으로 관광객의 주소를 바꿔놓은 것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정책이 반복될수록 관광객의 선택 기준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지역에 무엇이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를 돌려주는가?’를 먼저 보게 된다. 그렇다면 지원금이 사라지는 순간 관광객도 사라진다. 이것이 마약과 무엇이 다른가?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투입이 필요하다. 한 번 반값에 익숙해진 관광객은 정상가격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한 번 보조금에 의존한 지역 상권은 지원이 끊겼을 때 스스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지방정부와 지역경제 모두 ‘반값’이라는 약물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관광정책의 본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관광은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팔아야 한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먹거리, 역사, 문화, 사람, 체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행정이 가장 손쉬운 방법인 ‘할인’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힘들게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일 이유가 줄어든다. 왜 힘들게 관광상품을 개발하는가? 돈을 돌려주면 관광객이 오는데, 이런 생각이 행정에 자리 잡는 순간 지방관광의 장래는 어두워진다.
대한민국 지방관광의 또 다른 병폐는 ‘복사’다. 누군가 출렁다리를 만들면 너도나도 출렁다리를 만든다. 잔도가 유행하면 잔도를 만들고, 케이블카가 뜨면 케이블카를 검토한다. 전망대가 인기를 끌면 비슷한 전망대를 세운다. 그리고 이제는 반값 여행까지 복사한다.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시설과 비슷한 축제, 비슷한 관광정책이 넘쳐난다. 이렇게 되면 관광객 처지에서 굳이 그 지역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 전국이 똑같아지는 순간 관광은 죽는다. 출렁다리 하나 더 만든다고 관광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반값을 하나 더 붙인다고 관광도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관광객은 ‘싸기 때문에’ 한 번 올 수는 있다. 그러나 ‘좋기 때문에’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방정부가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반값 없이도 다시 찾아올 관광지를 만들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반값 여행은 성공한 관광정책이 아니라 실패를 늦추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더구나 지방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인구는 줄고, 세수는 한정돼 있으며, 복지와 생활 SOC 등 써야 할 곳은 갈수록 늘어난다. 그런 상황에서 매년 관광객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관광정책을 유지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군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방정부가 관광객에게 10만 원을 돌려줄 때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10만 원으로 지역의 무엇이 달라졌는가?
숙박시설의 경쟁력이 높아졌는가?
음식점의 서비스가 좋아졌는가?
관광 콘텐츠가 발전했는가?
청년 일자리가 늘었는가?
지역 주민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는가?
아니면 단순히 관광객 숫자만 늘었는가? 숫자만 늘었다면 그것을 성공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진짜 성공은 지원금이 사라진 다음에 나타난다. 지원금 없이도 관광객이 찾아오고, 주민이 돈을 벌고, 지역경제가 돌아갈 때 비로소 관광정책은 성공한 것이다.
반값 여행을 당장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지역에서는 한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조건이 있어야 한다. 반값을 마중물로 쓰되 그다음 단계에 무엇을 만들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체류형 관광을 만들고, 지역 고유 콘텐츠를 개발하고, 민간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주민이 관광산업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반값이 끝나도 관광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반값만 계속 확대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오늘은 반값, 내일은 더 큰 할인, 다음에는 또 다른 지원금. 결국 지방관광은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된다. 그때는 약을 끊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이것이 바로 반값 여행이 ‘지방관광의 마약’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지방정부는 이제 관광객 숫자를 자랑하기 전에 관광객의 재방문율과 지역 내 체류 시간, 실제 소비액, 주민 소득 증가, 민간투자 확대을 따져야 한다. 몇 명이 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를 쓰고, 얼마나 머물고, 얼마나 다시 찾아오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왜 다시 오는가다. 할인 때문인가? 아니면 그 지역이 좋아서인가? 지방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반값이 없어도 당신의 지역에 관광객이 올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관광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반값은 관광의 목적이 아니다. 반값은 수단일 뿐이다. 그 수단이 목적이 되는 순간 정책은 중독된다. 그리고 중독된 정책은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한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그 중독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관광객을 세금으로 사 오는 것이 아니다. 돈을 내고서라도 찾아오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할인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맛집, 보조금이 없어도 예약이 차는 숙박시설, 지원금이 없어도 다시 찾는 관광지, 그리고 관광객이 떠난 뒤에도 주민의 삶이 나아지는 지역경제. 그것이 진짜 관광정책이다.
반값 여행이 끝났을 때 관광도 함께 끝난다면 그동안 투입한 수십억, 수백억 원의 예산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지방정부는 지금 선택해야 한다. 관광객에게 계속 약을 줄 것인가? 아니면 약이 필요 없는 체질을 만들 것인가? 이처럼 반값이라는 달콤한 숫자에 취해 관광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광객을 세금으로 한 번 데려오는 행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관광객이 자기 돈을 내고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행정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지방관광의 미래는 ‘반값’에 있지 않다. 반값이 없어도 찾아오는 ‘이유’에 있다. 그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면 반값 여행은 관광정책이 아니라, 예산이 끊기는 순간 함께 사라지는 지방관광의 신기루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