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는 행정으로는 진도의 미래를 열 수 없다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진도군 사천리 사방댐 물놀이장 폐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여름철 물놀이 공간 하나가 사라진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민선 9기 진도 군정이 어떤 행정 철학을 갖고 군정을 운영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진도군은 안전사고에 따른 행정적·법적 책임을 이유로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공시설의 안전 확보는 행정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책무다. 그러나 군민들이 제기하는 비판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행정의 역할은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을 폐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고 관리하면서 군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위험이 존재한다고 문부터 닫는다면 공공행정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사천리 물놀이장은 오랜 기간 지역 아이들과 가족들이 이용해 온 공간이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여름철 휴식처였고, 관광객에게는 진도의 자연을 체험하는 명소였다. 이러한 공간을 폐쇄하면서 충분한 공론화와 설득, 그리고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우선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군민들의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행정이 군민에게 전달한 메시지다. 폐쇄 이유로 공무원의 법적 책임 문제가 강조되면서 많은 군민들은 이번 결정을 '군민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행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의도가 무엇이었든, 정책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설명을 통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행정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안전과 이용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계절별 안전요원 배치, 위험구역 통제, 안전시설 보강, 이용수칙 마련 등을 통해 자연형 물놀이 공간을 관리하고 있다. 비용과 노력이 더 들더라도 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지방행정의 책무다. 반면 관리보다 폐쇄가 먼저라면 행정은 가장 쉬운 길을 택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더 큰 질문을 던진다. 민선 9기 진도 군정은 군민의 불편을 해결하는 행정인가, 아니면 책임을 최소화하는 행정인가? 문제가 생기면 개선하고 보완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간을 없애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군민들이 누릴 공공서비스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도, 주민들이 이용할 시설도, 관광객이 찾을 명소도 하나둘 사라진다면 진도는 활력을 잃게 된다. 안전은 확보했을지 모르지만, 공동체의 생동감과 지역의 경쟁력은 함께 잃을 수 있다.

 

민선 9기 군정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책임을 피하는 행정은 단기적으로는 편할 수 있다. 그러나 군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그 대가는 훨씬 크다.

 

군민이 원하는 것은 시설의 무조건적인 유지가 아니다.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삶의 공간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그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행정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책임을 감당하며 군민의 삶을 더 안전하고 더 풍요롭게 만드는 조직이다. 문을 닫는 행정으로는 진도의 미래를 열 수 없다.

 

민선 9기 진도 군정은 지금이라도 폐쇄라는 결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군민과 소통하며 안전관리 강화와 시설 개선을 포함한 현실적인 대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가 지향해야 할 책임 있는 행정의 모습이며, 군민이 군정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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