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진도군에서 벌어진 홍주 조형물 철거 논란은 단순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다. 군민의 혈세 수천만 원을 들여 설치한 공공시설물이 군수의 검토 지시 이후 별다른 공론화 과정도 없이 철거됐다. 이유는 미관과 안전, 그리고 일부 여론이었다.
행정은 이유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다. 공공시설은 군수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설치할 때도 군민의 돈이 들어가고, 철거할 때도 군민의 돈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최소한 군민에게 설명하고, 의회의 의견을 듣고, 객관적인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은 거쳐야 한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이다.
만약 군수의 말 한마디로 수천만 원짜리 시설이 사라질 수 있다면, 내일은 또 어떤 시설이 없어질 것인가?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 행정의 기준이 법과 절차가 아니라 군수의 판단이라면 그것은 지방자치가 아니라 '1인 행정'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이다. 진도군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방채 발행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쪽에서는 재정이 어렵다며 빚을 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천만 원을 들여 만든 시설을 철거한 뒤 다시 새로운 사업을 검토한다. 군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다. 군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이다. 단 한 푼이라도 신중하게 써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설치할 때도 책임이 있고, 철거할 때도 책임이 있다. "잘못됐으니 없애면 된다"는 식의 행정이라면 처음부터 왜 그 예산을 집행했는지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홍주 조형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군민들은 "여기가 군대인가?"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군에서는 지휘관의 명령이 절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행정은 다르다. 군수는 지휘관이 아니라 군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는 공복이다. 명령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법과 절차, 주민의 뜻으로 운영되는 것이 지방자치다.
행정은 속도가 아니라 정당성으로 평가받는다. 절차를 생략한 효율은 독선이 될 수 있고, 공론을 무시한 결정은 결국 군민의 신뢰를 잃는다.
민선 9기는 이제 막 출발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변화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행정이다.
전임 군수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개혁이 아니고,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이 성과도 아니다. 군민의 세금을 가장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투명하고 청렴한 행정의 출발점이다.
군수의 한마디가 혈세보다 우선하는 순간, 지방자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군민은 ‘군수를 뽑았지’ 군민의 ‘세금(혈세)’까지 백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