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문화는 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다.
예술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주인을 맞이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래서 문화재단은 행정으로부터도, 정치로부터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문화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런데 전남·광주통합문화재단 출범 준비 과정에서 이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공개모집을 한다고 해놓고 최종 TF 위원 선정은 인수위원회와 협의한다는 공고문이 버젓이 올라왔다.
공개모집의 핵심은 공정성과 독립성이다. 그런데 최종 결정 과정에 정치적 성격을 가진 인수위원회가 개입한다면 공개모집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박민영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왜 인수위원회가 통합문화재단 출범의 한 축인가?"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원회는 어디까지나 한시적 기구다. 임무는 새로운 행정 체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책을 검토하고 인수인계를 돕는 것이 역할이지, 앞으로 수년, 수십 년 운영될 공공기관의 인적 구성과 운영체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본래의 권한과 성격을 벗어난다.
더 큰 문제는 신호다. 공고문에 '인수위원회와 협의 후 선정한다'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예술인들은 무엇을 느끼겠는가?
'실력보다 코드가 중요한 것 아닌가?'
'집행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결정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의심이 생기는 순간 공개모집의 신뢰는 무너진다.
행정은 "실제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행정은 결과만큼 절차가 중요하다. 공정해 보이는 것까지 포함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문화행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의 그림자다. 문화재단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예술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와 창의성을 보호하는 독립적 플랫폼이어야 한다.
그런 기관의 출범부터 정치적 오해를 살 구조를 스스로 만든다면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누구의 뜻이 반영된 것이냐?"는 의심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전례다. 이번에 인수위원회가 TF 구성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해진다면, 다음에는 임원 추천, 기관장 선임, 주요 사업 선정에도 정치권이 자연스럽게 개입하려 할 것이다. 문화재단의 독립성은 이렇게 조금씩 잠식된다.
문화는 정치보다 오래간다. 정권은 바뀌지만 문화는 남는다. 그래서 문화정책은 어느 분야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행정은 법적으로 가능한지만 따질 일이 아니다.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절차였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통합문화재단은 특정 행정부의 문화재단이 아니다.
전남과 광주의 예술인, 그리고 시민 모두의 문화재단이다. 그 출발선에 정치의 발자국이 남아서는 안 된다.
또한 통합문화재단이 권력의 추천장이 아니라 예술의 자율성과 시민의 신뢰 위에서 출범할 수 있도록, 인수위원회의 역할과 경계부터 분명히 다시 그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