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제는 지역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보라

 

전남투데이 최영남 기자 | 호남에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구상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정책의 경제성과 입지 적합성을 놓고 토론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논쟁이 지역 대립으로 번지는 순간, 국가 경쟁력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호남 반도체 산업을 "정치적 산물"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인 만큼 경제성, 산업 생태계, 기업 투자 가능성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과 지역 폄훼는 분명히 다른 문제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 상대는 호남도, 영남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세계 각국이다.

 

지금 세계는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와 AI 산업을 육성하는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치가 또다시 지역을 갈라 세우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다.

 

호남은 오랜 기간 국가 균형 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실제 대규모 국가 전략산업의 혜택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번 반도체 산업 육성 논의에 지역사회가 큰 기대를 거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다. 호남이 반도체 산업의 최적지라면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면 된다. 반대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와 논리로 보완책을 논의하면 된다. 국가 전략산업을 둘러싼 논쟁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로 흐를 이유는 없다.

 

국가 균형 발전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이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지방소멸이 현실이 된 지금, 새로운 산업 거점을 발굴하는 일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다.

 

반도체 산업은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청년 일자리,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정치권도 이제는 지역을 나누는 언어보다 대한민국을 키우는 해법을 경쟁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논쟁이 지역 갈등을 키우는 소모전으로 끝난다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세계와 경쟁해야 할 때, 정치가 먼저 지역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 경쟁력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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