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후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느림의 미학을 간직한 대한민국 대표 섬 관광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완도를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관광지의 이면에는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의료공백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청산도의 현실을 고려하면 의료문제는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대한 과제이다.
현재 청산도 주민들은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육지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응급상황에서는 단 몇 분, 몇 시간이 생사를 좌우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서지역이라는 특성상 기상 악화나 야간 시간대에는 신속한 이송이 쉽지 않다. 주민들은 아플 때마다 의료 걱정보다 먼저 배편과 날씨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더욱이 청산도는 주민들만의 섬이 아니다. 관광 성수기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전국적인 관광지다. 관광객 역시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응급의료체계의 부재는 관광지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해 청산도에서는 의료 접근성 문제가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새벽부터 바다로 나가 일하는 어업인들과 농어촌 주민들은 몸이 아파도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한다. 허리가 굽고 무릎이 아파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기력이 떨어져도 나이 탓으로 여기며 견디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 의료 문제만큼은 더 이상 주민 개인의 인내와 희생에 맡겨서는 안 된다.
현장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대부분의 보건지소는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전문 진료가 제한적이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육지에서는 간단히 받을 수 있는 검사조차 섬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것이 영양제 처방이나 기력 회복을 위한 치료이다. 고령의 주민들은 기력이 떨어지거나 피로가 누적될 때 "영양제라도 맞고 싶다", "기운 나는 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요청한다. 실제로 육지 병·의원에서는 비교적 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서지역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고, 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영양제 처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중보건의사들은 주민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정확한 검사와 진단 없이 무리한 처방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일부 처방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는 공중보건의의 짧은 경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중보건의사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변화와 군복무 제도 변화, 전문의 수련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도서지역 공중보건의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군외·약산면 보건지소등 일부 읍면에서는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못해 사실상 의사 없이 보건지소가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주민들에게 보건지소는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이다. 그런데 의사가 없으면 간단한 진료조차 받기 어렵다. 결국 주민들은 배를 타고 육지 병원을 찾아야 하고, 기상 악화로 배가 운항하지 못하는 날에는 진료자체가 중단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문제이다.
이제는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읍면에서는 공중보건의가 있는 보건지소, 도서지역은 공중보건의가 없이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배치된 보건진료소로 운영되고 있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되지 않은 보건진료소에서는 일정한 교육과 자격을 갖춘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약 90여 종의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제도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공중보건의가 없는 보건진료소에서는 가능한 처방이, 의료인력 부족으로 공중보건의가 없는 보건지소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못한 보건지소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의 관리·감독 아래 보건진료소와 같은 처방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운영 중인 안전관리 체계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논의 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원격협진과 이동진료 확대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섬 지역 의료 인력과 육지의 전문의가 실시간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전문의와 검사장비를 갖춘 이동진료팀이 정기적으로 도서지역을 방문한다면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특히 고령층 만성질환자에 대한 통합 건강관리 체계를 강화하여 약물 복용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부작용을 예방하는 시스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섬 주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권리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가까운 병원이 당연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배시간과 날씨를 걱정하며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중보건의 감소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의료 공백 해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도서지역 의료 문제는 단순한 지방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이며,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제는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과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도서지역 의료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 공중보건의 감소와 진료 인프라 부족이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에서 소외받지 않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의 모습일 것이다.
청산도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섬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관광지라 하더라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의료는 복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 책무이다. 청산도 주민들이 더 이상 의료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안전한 섬이 될 수 있도록 국가와 전남·광주광역특별시, 완도군의 책임 있는 결단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
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생명권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청산도 의료공백 문제, 이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