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에 빠져 풍경이 되다
김명숙
바람 간간히 불고 초록잎새 길을 여는 오후
차를 몰고 길을 떠났는데요
길을 잘못 들어 어느 야트막한 산자락에 도착하게 되었지요
여름이라 큰소리로 우는 매미들 울음이
쪼록쪼록 베 한 필은 넉넉히 짜겠더라고요
한 낮을 베개 삼아 비스듬히 누운
저수지는 바로 그 아래 있었는데요
그 저수지는 울울한 산을 통째로 안고 있더라구요
하, 여름날 그 풍경이 너무나 좋아
나도 그 곳의 풍경이 되었는데요
곁에 있던 매미가 어찌나 울어대는지
죽은 것처럼 고요하던 저수지가
강심으로부터 둥글게 동심원을 그리며
느릿느릿 제 몸을 풀더라고요
땡볕에 첨벙 뛰어드는 소나무 바늘잎들이
물그림자에 일렁거리고
산딸기 붉은 웃음이 자꾸만 손을 끌더라고요.
김명숙 시인
프로필
*시인, 아동문학가
*시집 <그 여자의 바다> 문학의 전당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가곡 40곡/ 동요 70곡 발표
*제54회, 57회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 날" 작시
*제60회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 작시
*수상:부천예술상, 한국동요음악대상, 창세평화예술대상,
문예마을 문학상, 도전한국인상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