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 대통령 독대 앞둔 한동훈 대표 발언, 용두사미 되지 말아야

  • 등록 2024.10.14 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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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 ‘장관 시절 기소 못 한 김 여사 국민 눈높이로 기소’ 요청?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권에서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 라인을 지목하고 있다. 


한 대표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해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앞둔 시점이라 이번 10.16 재보궐선거용 발언이 다 아니다’, ‘대통령실의 쇄신을 요구한 발언이다’ 등 의견이 엇갈린다. 


한 대표는 최근 들어 대통령실과 김건희 여사에 관한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튿날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이해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표의 문제 제기가 정치적으로 성숙하고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한 대표는 옳은 얘기를 하지만, 옳은 방식을 선택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독대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사전 보도되며 당정 양측은 갈등을 빚었다. 


또한, 한 대표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는 방안을 한덕수 총리 등에게 제안했다. 이후 한 총리가 증원 유예가 어렵다는 견해를 전달했지만, 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증원 유예를 공개적으로 제안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권력 투쟁을 작심한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문제는 물밑에서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실로서는 한 대표의 공개 발언이 상당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불쾌하다고 생각할 경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다만 여권에선 한 대표가 재보선 후 예정된 독대에서 나눌 내용까지 공개하며 압박하는 듯한 모습이 적절한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김 여사와 관련한 발언을 여권에서조차 미덥지 않게 받아들이는 데는 한 대표 책임이 크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이벤트를 앞두고 수차례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발언을 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10 총선에 앞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논란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언급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이후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선 ‘제삼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주장했지만, 그 후로는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김 여사의 의혹은 커 저만 가고 있다. 지난 4월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설이 흘러나왔을 때 김 여사 라인에 대한 의혹이 대통령실 바깥에서도 보일 정도로 크게 불거졌다. 대통령실의 공식 인선 라인이 검토한 바 없다고 발표한 뒤에도 2명의 비서관이 마치 공식 라인과 힘겨루기라도 하듯 그 설이 유력하다고 계속 흘렸다. 


최근에는 국민의 힘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당시 당권 주자였던 한 대표를 공격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행정관이 두 40대 행정관을 대통령실의 김 여사 라인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촌극이 없었어도 누구누구가 김 여사 라인이라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졌다. 


선거 브로커 명태균 씨의 폭로로 김 여사의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 여사가 대외 활동 자체를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이제 대통령실과 관저 주변의 김 여사 라인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의 손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면 김 여사가 겉으로 보기에 활동을 자제한다고 해서 김 여사의 당정 개입이 실제로 사라질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에서다. 


여권의 민심조차도 김 여사의 활동을 관리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 같은 제도적 방지책에서 나아가 김 여사 관련 인적 쇄신까지 요구할 정도로 악화했다. 


다음 달이면 윤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데 국회에서는 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총선 패배 이후 20%대에서 머물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윤 대통령은 일단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김 여사의 활동 자제와 김 여사 라인의 정리를 포함한 대통령실의 쇄신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의도가 무엇이든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은 여당 대표의 마땅한 역할이다. 


친윤계에선 한 대표가 여권 분열을 초래하고 대통령 입지를 좁히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김 여사 문제를 내버려 두는 동안 당정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고 김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은 60%를 넘었다. 한 대표가 국정 운영에 공동책임을 느낀다면, 이번에는 김 여사 문제 해결책을 반드시 관철해야 할 것이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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