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미국, 이스라엘 멈춰 세울 능력 상실 국제적 대응 없다면 국제적 위기

  • 등록 2024.09.30 15: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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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하면서 중동 지역 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이 27일 F-15 전투기 편대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을 공습,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90여 발을 쐈다. 목격자들은 베이루트에서 총성이 들렸고 레바논 군대가 시내 중심가에 탱크를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최소 20m 깊이의 분화구를 남길 만큼 강한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베이루트를 뒤흔들었다는 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헤즈볼라 지원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누구든 우릴 때리면 우리도 때릴 것”이라며 오히려 레바논과 인접한 북부 국경으로 탱크 등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켰다. 제5차 중동전쟁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나스랄라가 사망하면서 이란을 포함한 무장동맹 ‘저항의 축’은 보복 의사를 밝혔다. 이란은 지난 7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과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격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입을 우려해 전면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북부 등에서 지상전 준비에 돌입한 모양새다. 외신과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대비 레바논과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스랄라의 사망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우려된다. 


양측 분쟁이 확대되면서 중동 지역 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의 배후 세력인 이란과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까지 끌어들여 양측 분쟁이 통제 불능 상태로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나스랄라를 “수천 명의 이스라엘인과 외국인을 살해한 살인자”로 규정하며 “이번 전쟁은 레바논 국민과 싸우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성난 무슬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헤즈볼라 및 다른 동맹국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7월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수도 테헤란 방문 중 피살됐을 때부터 보복을 공언했다. 이미 레바논 파병론까지 나온다. 이란이 사실상 이스라엘과 전면전에 나설 때 전 세계 앞날은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다. 


중동전쟁이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이 일자, 미국은 중동 지역에 미군 병력을 증원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는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나스랄라 사후 이란 및 헤즈볼라의 가능한 움직임에 대비해 역내에 미군 배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보고를 검토했다. 미국은 현재 중동에 약 4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8년 전에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자 구출 작전을 한다며 레바논과 지상전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한 달 가까이 교전했지만, 작전에 실패해서 국내외 비난이 컸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모습이다. 최근 열흘 사이 레바논 남부 등지에 맹렬한 포격을 가해 헤즈볼라 로켓과 미사일 발사대, 무기 창고와 보급시설 등을 대거 파괴했다. 지상전 투입을 위해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항의 축은 당연히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을 천명했다. 무장단체 후티는 “나스랄라의 후계자들이 성스러운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1980년대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 저항의 축을 결성해온 이란도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 최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의 레바논 파병 논의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피하고자 대응 수위를 조절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란이 대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하지 않으면 저항의 축에 대한 이란의 지도력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군 파병이 실현되면 이란과 이스라엘은 전면전 초읽기에 들어가고, 이 경우 중동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에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은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복은 더 큰 보복으로, 죄 없는 희생만 키울 뿐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만이 궁극적 평화로 갈 길이다. 사실 국제 사회는 지난 9월 25일에도 유엔 총회에서 잠정 휴전안을 제시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거부하고 공습을 감행하고 나스랄라가 숨진 상황에도 전쟁을 확대하는 건 아무 명분도 없고 규탄받아 마땅하다. 조율된 국제적 대응이 없다면 세계가 다다를 종착지가 어딘지 알 순 없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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