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심의했다.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김 여사를 상대로 제기된 각종 의혹을 살펴본 뒤 무혐의로 판단했다. 수심위 결정은 권고사항이지만, 검찰은 이를 수용해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수심위 마저 “공직자 아내에게 명품백을 줘도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며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김 여사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곧 면죄부는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최재영 목사가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김 여사에게 건네며 여러 건의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디올백 등 선물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무관할 뿐더러 대가성도 없다”고 뜻을 모았다. 이는 김 여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견해와 일치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김승호 부장검사 등 수사팀 검사 전원이 참석했고 김 여사 측 변호인도 출석했지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선 출석 없이 의견서만 받아 검토했다고 한다.
이번 수심의 심의과정과 결론 모두 의문투성이다. 최 목사는 명품백 선물이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청탁한 대가라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직자 배우자의 처벌 규정이 없는 청탁금지법의 허점을 감안하더라도,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서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하는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을 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제기돼 왔다. 또 부부간의 ‘경제공동체’를 감안하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애초 검찰 수사팀이 직무 관련성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증거가 미약했다면, 수심위가 최 목사 측도 참석시켜 균형 있게 듣고 판단했어야 옳다.
무엇보다 수심위의 불투명성은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큰 요인이다. 15명의 위원 중 몇 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위원장(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외에 위원 신원을 알 수 없다. 면면이 공개됐을 때 개인들이 갖게 되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지만, 이런 불투명성은 정치적 논란만 가열시키고 있다. 수심위 도입 논의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심위 도입을 논의할 때, 이렇게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검찰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수심위가 면죄부를 주는 데 가세하면서, 수심위 존재 이유도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수심위 결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김 여사가 스스럼없이 명품백을 받은 게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가릴 순 없다. 수사심의위 일부 위원도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행위 자체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 이후 김 여사 및 대통령실의 처신도 문제였다. 김 여사는 선물을 끝까지 돌려주지도 않았다. 선물 반환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대통령실 측과 대통령실 행정관의 해명이 서로 엇갈리기까지 했다. 김 여사는 7월 중순 국민 앞이 아닌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명품백 사과를 했다고 한다. 선물 수수부터 대처까지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 또한 복잡하지 않은 사건임에도 고발에서 결론까지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 청사가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조사했고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를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여겼다. 이러니 야권이 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왔음에도 “황제 조사에 주는 면죄부일 뿐”이라며 특검 필요성을 거듭 제기하는 것 아닌가. 서민들은 경기 침체와 의료 대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7월 20일 이뤄진 검찰 대면조사 당시 변호인은 김 여사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밝혔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무엇 때문에’, ‘누가’ 등 핵심이 빠진 이런 문구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일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김 여사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맞춰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에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 공천 개입설까지 나올 정도로 김 여사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영부인으로서 자숙하면서 김 여사가 지금이라도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