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경수 전 지사 복권 놓고 한 윤 충돌로 비화하나?

  • 등록 2024.08.12 15: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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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어떤 사안이든 갈등으로 비화시키고 보는 폐습이 도진 것으로밖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 전 지사를 포함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반대한다고 국민의 힘 핵심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 대상으로 선정되자 갈수록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한 대표의 복권 반대 뜻에 대해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표출하는 등 당정 파열음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사면 복권을 놓고 여당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란 점에서 이번 충돌은 예사롭지 않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강행하고 한 대표가 이를 직접 비판하고 나설 때 그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문제 해법이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출국 등을 놓고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온 윤-한 관계가 ‘4차 충돌’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그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 중죄를 범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점을 들어 복권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통령실은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위관계자는 “김 전 지사 사면에 동의하고 발표까지 했던 게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라며 “사면은 되고 복권은 안 된다는 논리는 상충한다”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 김 전 지사 복권을 재가하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또다시 한랭전선이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일당의 공범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12월 사면돼 5개월여 잔여 형기는 면제받았지만, 복권되지는 않았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결정을 앞두고 여야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 대표는 김 전 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라는 자신이 저지른 민주주의 파괴 범죄에 대해 인정은 물론 반성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2년 12월 사면을 받고 이번에 복권까지 된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그가 복권되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 출마할 길이 열린다. ‘친문(친 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그의 복권은 야권의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면권 실시를 앞두고 여당 대표의 반대 뜻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국민에게 당정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총선 때부터 김건희 여사 문제를 포함해 여러 번 충돌했고 이런 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국민의 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문자 파동’이 벌어지고 당 대표 후보들 간 극심한 갈등이 벌어진 배경도 결국 대통령과 한 대표 두 사람 사이의 문제였다. 전당대회 직후 한 대표는 “내 정치적 목표는 윤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했고, “대통령과는 여러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전당대회에 참석해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며 화합을 강조했고, 한 대표의 당선이 확정되자 “주위에서 한 대표를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앞으로 해병대원 특검과 김 여사 특검 등 야당의 공세에 맞서 두 사람이 협력해 풀어야 할 사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야당도 야당이지만 여당인 국민의 힘 안에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사면 복권은 법원이 내린 확정판결의 효력을 대통령이 소멸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지극히 예외적으로, 또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선거사범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한 대표의 반대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김 전 지사가 2022년 말 복권 아닌 사면만 됐을 때 사면심사위원장을 맡은 인물이 바로 법무부 장관이던 한 대표다. 지금 소신대로라면 그때도 ‘반성하지 않는 정치인 사면’에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그는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자”라면서 사면의 당위성을 브리핑까지 했었는데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달라진 건가.


윤 대통령이 13일 법무부가 준비한 사면 심사 결과를 재가하면 김 전 지사의 복권은 확정된다. ‘선거 훼손’ 당사자란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 재개를 기정사실로 하며 “이재명 일극 체제 균열 카드”, “왜 하필 지금 복권이냐” 등 갖가지 정치공학적 해석이 나오는 것도 우습지만, 야권 인사 복권문제로 여권 안에서 공개 충돌이 벌어지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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