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구멍 뚫린 안보 현실… 블랙 요원 신상 北에 유출

  • 등록 2024.07.29 15: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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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해외 요원들의 정보가 최근 외부에 유출돼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대북 첩보 활동 최전선에 있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간 것은 우리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둘린 것이다. 정보사령부는 국군의 해외 및 대북 군사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첩보부대다. 유출 정보는 수천 건에 달하며, 외교관 등의 신분인 화이트 요원은 물론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 요원 정보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요원 신상정보 등 다수의 기밀 자료가 북한으로 넘어간 정황까지 군 수사기관이 포착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는 불법 로비스트 활동 혐의로 미국 연방 검찰이 한국계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기소해 파문이 일었다. 정보 유출 후폭풍은 가시화됐다. 일부 요원들의 경우 현지 활동을 접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신분이 노출된 요원은 재파견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직과 역량의 큰 손실은 불가피해졌다. 신분이 노출된 블랙 요원이 첩보 활동에 다시 나서기 어렵다는 건 불문가지다. 정보 유출은 약 한 달 전 이뤄졌다는 게 정보사 판단이다. 2018년 정보사 공작팀장이 각종 기밀을 중국과 일본 등에 팔아넘기다가 적발된 흑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정보사의 대북 첩보 활동에 타격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정보사 온라인 통신망은 외부와 분리돼 있어 해킹할 수 없다. 군무원 모르게 내부망 데이터가 노트북에 저장됐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하겠지만 정보기관에선 결코 있어선 안 될 이다. 해킹이라면 보안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돈 받고 팔아넘겼다면 동료에게 총을 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군에서 개인용 노트북 사용을 허락했는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개인용 노트북으로 보안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저장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이해가 어렵다. 첩보원의 휴대전화나 컴퓨터가 늘 다른 나라 첩보원의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면 해선 안 되는 행동이다. 


문제는 몇 년 사이 정보사에서 군사기밀 유출이 심심찮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7년 정보사 모 대위가 SNS로 지인에게 대북 관련 기밀을 전달했다. 또한, 정보사 전·현직 간부가 5년여간 군사기밀을 외국 요원들에게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 시절 상당 부분 와해된 것으로 알려진 대북 휴민트 복구 및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내부에서 구멍이 나면 이런 노력은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출범 직후에도 참수 부대 소속 대위가 북한 공작원에게 가상 화폐를 받고 부대 작전 계획을 넘긴 사실이 적발됐다. 올해 초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KF-21전투기 개발 정보를 계속 수집했는데도 정부는 뒤늦게 알아챘다. 우리 정보기관이 총체적으로 나사가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군 당국은 정보사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하는 A 씨를 수사 선상에 올려놨다고 한다. A 씨는 노트북이 해킹됐다고 주장하지만, 기밀 정보가 개인 노트북에 저장된 것 자체가 이해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포섭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비밀요원 인적 사항이 빠져나갔다면 다른 기밀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미 해외에서 활동 중인 요원 상당수는 귀국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이 노출되면 현장 재투입이 불가능해서다.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고도화하고 시도 때도 없이 오물풍선을 날리는 상황에서 정보사의 대북 첩보시스템 와해는 국익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는 악재다. 대북 작전에서 국정원보다 더 핵심 역할을 하는 정보사 요원들의 신상정보가 술술 샜다니 할 말을 잃게 된다. 정보사에서는 사령관에 대한 하극상으로 장군이 직무에서 배제되는 일도 이달 초 벌어졌다. 조직 내 갈등과 기강 해이가 국정원과 판박이다.


이번 정보 유출 사건도 제보를 받은 국회 국방위 의원들이 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자칫 묻힐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모든 수사·감사 역량을 동원해 이번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총알이 쏟아지는 실제 전장이든 산업 현장이든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승리한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허술한 정보전 능력은 치명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은밀해야 할 정보기관에서 인사 갈등설이 튀어나오고 잊을 만하면 정보 유출 문제가 터져 나온다. 이런 정보기관을 믿고 안심해도 좋을지 답답하고 불안할 뿐이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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