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나

  • 등록 2024.07.03 15: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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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의 이상기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에너지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파키스탄과 두바이, 카자흐스탄에서는 이례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바닷가나 폭우로 매년 여름 피해를 보는 강가, 더욱 빈번해진 초대형 태풍의 경로 한복판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후변화는 아직 크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환경 및 노동경제학을 연구하는 박지성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난 16일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바로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재난적인 피해 사례만큼이나, 서서히 누적돼 가는 작은 피해들로 인한 기후변화의 ‘숨겨진 비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칼럼에서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조금 더 더운 날이 며칠만 이어져도 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낮아진다. 간담을 서늘케 하는 극적인 효과를 내는 재앙은 아니라도 모두 무시할 수 없는 기후변화 위협의 결과이다. 기록적인 폭염이나 태풍, 산불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사망 건수만 기후변화의 피해가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는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근본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거대한 재난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그리고 불평등하게 쌓여가는 수많은 생채기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이처럼 거의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의 비용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 침투력과 불평등의 정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다. 인류가 앞으로 닥쳐올 기온 상승에 대비하는 데 기후변화의 숨겨진 비용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처럼 ‘소소한’ 기후변화의 피해마저 불평등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가 인류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되자, 지금까지 탄소를 마음껏 배출하며 기후변화 문제에 더 크게 기여한 국가와 기후변화 기여도가 낮음에도 처한 환경이나 낮은 경제력으로 인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국가 간의 불평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후변화로 인한 ‘비재난적 피해’는 같은 국가 안에서도 지역별로, 또 사회경제적 집단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폭염이 며칠간 이어질 때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와 야외에서 일하는 육체 노동자의 피해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폭우가 쏟아질 때 집에 머물 수 있는, 혹은 집에 있어도 되는 사람과 생계를 위해 폭우를 헤치고 오토바이를 몰고 나서야 하는 사람이 체감하는 피해도 물론 다르다.


갑작스런 폭염은 원래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과 서늘한 지역에 사는 사람은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더운 지역 사람들은 여름 기온이 1도올라도 별 차이를 못 느낄지 모르지만, 서늘한 데 살던 사람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예로 영화 “기생충”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대가 낮고 배수시설이 열악해 비만 오면 침수되는 지역에 사는 주인공의 가족에게 폭우는 일상을 완전히 파괴하는 재난이었지만, 언덕 위 고급 주택가 주민들에게 평소보다 조금 많이 내린 비는 미세먼지를 씻어 내려주는, 고맙기까지 한 기상 현상일 뿐이었다.


미국 환경청(EPA)의 최신 자료는 단 1톤의 이산화탄소가 미래 190달러어치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0달러보다 적은 비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1톤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뜻이다.


박 교수는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복잡한 피해 양상을 다면적으로 이해하고, 맞춤형 대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기온이 오르는 건 피할 수 없는 미래이므로,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이에 효과적으로 적응해 갈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를 아예 되돌리고, 원천적으로 막기엔 이미 늦은 만큼 기후변화와 현명하게 공존하는, 기후변화를 살아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올해 유난히 변덕스러운 날씨를 경험 중인 우리 사회는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장기적이고 미묘한 변화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여름철 한낮 시간 야외 작업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입안하는 등 대비책을 미리 세워두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겠다.

 

인용:We Don’t See What Climate Change Is Doing to Us,
 By R. Jisung Park
-조은별 기자-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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