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조은별 기자 | 우리나라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또다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여러 언론이 다루고 있다. 0.72명에 그친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 대상이 없는 최저치인 데다가, 선진국 모임으로 여겨지는 OECD 평균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갖은 분석과 논의, 대책이 쏟아지는 듯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해 머지않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내려갈 거라는 예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낮아지는 출산율, 늘어나는 평균 수명과 함께 찾아올 피할 수 없는 미래는 바로 ‘고령 사회’이다. 2023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의 비율은 18.4%로 집계됐다. 몇 년 안에 고령자의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미 시장은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장년층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문화와 유행을 주도할 파워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이 듦’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는 인구가 늘어난 것을 반영하듯, 최근 도서 시장에서도 ‘마흔’, ‘오십’, ‘노화’ 같은 키워드가 인문, 자기 계발, 건강,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편, 어두운 그늘도 넓게 펼쳐진다.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고, 노령층의 경제적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이다. 부실한 연금제도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빈곤율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주목할 지점이다.
지구상 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고령 사회가 돼가고 있는 한국,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17.3%, 2020년 노인 빈곤율 22.8%로 우리보다는 조금 사정이 나아 보이는 미국에서도 제대로 된 고령 사회 담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인들은 어떻게 노년의 삶을 발명하고 다시 창조했나(Golden Years: How Americans Invented and Reinvented Old Age)’의 저자인 제임스 샤펠은 미국 사회에서 나이듦에 대해 연구하는 역사학자로 의미있는 담론을 제시한다.
미국의 1935~1975년 고령 정책은 군사 정책에 버금가는 미국 사회의 핵심 정책이었다. 1935년의 사회보장법과 1965년의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설립법이 가장 유명한 예시다. 매년 연방의회에는 고령층의 주거와 영양, 의료에 관한 법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훌륭한 법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 모든 법이 미국 고령층에 꽤 믿을 만한 안전망을 만들어 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안전망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미국인에게 도움이 됐다. 사회보장제도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결국 노인들이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우리 사회는 나이듦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팬데믹과 이상 고온, 허리케인의 세기를 대비하고 평생 차별에 시달려온 비백인 고령자들을 비롯한 수백만의 나이 든 미국 시민들에게 인간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월 6일 자 뉴욕타임스의 “We’re Not Asking the Most Important Questions About Age” 직역하면 “우리는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미국이 더는 ‘젊은 나라’가 아님을 지적하면서, 고령자의 비중이 높아질 현실에 맞춰 오랫동안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된 사회보장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정 방문 돌봄 서비스와 요양원처럼 노령층의 삶은 물론,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모든 연령의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공공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 등 고령 사회에 대비한 제도를 얼마나 철저히 정비하고 준비했을까? 2000년대 들어 고령층의 경제 참여 확대를 위한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 노인학대 예방과 보호를 위한 노인복지법 개정, 기초노령연금법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치매관리법 제정 등 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제도들을 정비해 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높은 노인 빈곤율의 원인으로 부실한 연금제도가 꼽히고, 정신 건강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높은 노인 자살률도 문제가 많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 사회를 겪은 일본에서는 고령층 표가 늘어나면서 정치적 결정력의 중심이 납세자가 아닌 연금수급자로 이동해 이른바 ‘실버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대두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한 세대 간 자원 분배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도 비슷한 논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고령화와 더불어 급격히 떨어지는 출산율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 등 전례 없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샤펠 교수가 언급한 미국의 ‘젊은 나라’라는 착각에 절대 뒤지지 않는 ‘단일민족 국가’ 의식이 팽배한 한국이 어떻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긴 호흡을 가지고 토론해야 할 문제이다. 더 늦기 전에 두려움을 떨치고 여러 어려운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인용 : We’re Not Asking the Most Important Questions About Age.
by James Chappel
조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