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인류의 기아와 기근은 해결될 수 없을까!

  • 등록 2024.03.20 14: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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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Said the Era of Famines Might Be Ending. I Was Wrong. by Alex de Waal

20세기 정치, 외교, 그리고 대중문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을 기억할 것이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은 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던 기근이었다. 그때만 해도 지구 한편에선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데, 반대편에선 수많은 사람을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버려진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어느덧 그런 역설적이고 잔인한 통계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인류는 이미 10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생산하는 식량이 그 정도이고 잠재적인 생산력을 고려하면 생산량은 얼마든지 더 늘릴 수도 있음에도 여전히 인류는 기아와 기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생산량이나 생산력보다도 분배이다. 남아도는 식량이 필요한 지역으로 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요인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식량이 국경을 넘지 못하는 요인, 장벽이 무언지도 안타깝게도 잘 알고 있다.
세계평화재단 사무총장 알렉스 드 발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정치를 원인으로 꼽았다. 더디지만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던 전 세계 식량 위기가 최근 들어 다시 악화한 직접적인 이유로 드 발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만연한 부정부패를 꼽았다. 두 가지 모두 결국, 정치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인류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과 제도가 있다면 이를 확립하고 시행하며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그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더 지났다. 우크라이나는 밀 등 주요 곡물을 생산하는 곡창 지대로 전 세계 식량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곡창지대가 전쟁터가 됐으니 전 세계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테러 공격과 그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강행해 온 군사 작전으로 인해 중동 지역 정세는 급격히 악화했고, 홍해는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행마저 보장되지 않는 바다로 변해 버렸다. 그전부터 수단이나 예멘 등지에선 이미 오랫동안 끊이지 않은 내전으로 인해 식량 위기가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있는 상화이기도 하다.


전 세계 식량 생산과 공급, 분배에 영향을 끼치는 국제 정세가 난관에 부닥친 상황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규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대국들의 선택이다. 마침 미국이 올해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르는데 선거에 나선 두 후보가 그리는 비전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에서도 다르다. 바이든이 기존의 국제기구, 구호단체를 통해 미국이 자금을 후원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한다면, 트럼프는 미국에 뚜렷한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 돈을 쓰는 데 난색을 보인다. 제아무리 좋은 취지로 운영되는 국제기구라도 미국이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고, 뭐가 더 좋고 나쁜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정치란 것이 원래 선과 악을 구분해 악을 처벌하고 선을 장려하는 일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의 의사를 좀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의견을 나누고 모으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어떤 미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식량 위기에 관한 인류의 대응도 영향을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토대로 하는 ‘전통적인 안보’ 분야에서는 냉전 이후 유지해 온 패권국가의 모습을 보이지만, 반대로 비전통적인 안보의 사안에서는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비전통적인 안보 가운데 대표적인 분야가 ‘식량 안보’인데, 미국은 물론 식량 원조 규범을 집행하는 기관에 가장 많은 돈을 내는 나라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정치에서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부족한 분야에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 결과, 비전통적인 안보에서 패권국가가 부재한, 일종의 힘의 공백이 생긴 것 같다.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현실주의 세계관도, 국가 간의 협력과 국제기구의 역할을 당연한 것으로 가정하는 이상주의 세계관도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 전 세계적인 기근도 마찬가지이다. 알렉스 드 발은 칼럼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당적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오는 11월 미국 선거에서 어떤 당이 승리를 거두느냐에 따라 식량 위기에 대한 해법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실패하면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불거졌지만, 정치를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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