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투데이 박세훈 기자 |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부동의 측면 자원인 장슬기(30, 경주한수원)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장슬기는 이제 중고참으로서 후배들이 100경기 출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FIFA랭킹 20위)이 25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체코(28위)와의 친선경기에서 지소연과 케이시 페어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양 팀의 역대 첫 맞대결에선 한국이 1승을 챙기게 됐다.
장슬기는 이번 경기에 나서며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지난 2013년 키프러스컵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장슬기는 11년 만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여자선수 중에서는 8번째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장슬기 이전에는 지소연, 조소현, 김정미, 김혜리, 권하늘, 임선주, 전가을이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장슬기와의 일문일답]
- A매치 100경기를 달성한 소감은?
100경기라는 숫자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100경기는 정말 감사한 숫자다. 존경하던 언니들을 따라서 나도 성장한 것 같아서 기쁘고, 후배들도 이 자리까지 오도록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 100경기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큰 부상이 없었던 것, 기복없이 꾸준히 했던 점이었던 것 같다.
- 50경기 출전할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그동안 나는 언니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언니들을 도와주고, 후배들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0경기 출전 때와는 다르게 더 간절함이 생겼다.
- 국가대표로 처음 뽑혔던 때를 회상한다면?
스무 살 대학생 때 키프러스컵 남아공과의 경기에 교체로 뛴 게 기억이 난다. 교체로 짧은 시간 뛰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나 경기한 건가’ 싶을 정도로 훅 지나갔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라 A매치 데뷔가 그저 기쁘기만 했다.
- 국가대표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2017년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아시안컵 예선 원정경기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걸린 경기였고, 북한의 5만 관중이 경기장을 채웠다. 거기서 믿을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때는 정말 모두가 모두를 믿는 느낌이 들었다. 코칭스태프와 함께 힘든 시기를 같이 넘긴 게 기억에 남는다.
-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대학 졸업 후 일본에 진출한 것이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간절함이 없었던 나에게 간절함이 생기게 해줬다. 일본에 갔다온 게 신의 한수였다.
- 슬럼프를 극복하는 본인만의 비결은?
선수가 매 순간 잘할 수는 없고, 컨디션을 잘 유지하려고 해도 똑같은 몸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 작은 생각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최대한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힘든 순간을 잘 극복하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 앞으로의 목표, 그리고 훗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올해는 대표팀 경기가 많지 않은데 준비를 잘 해놓아야 다음 월드컵에서 똑같은 후회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월드컵을 목표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 다하겠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고, 힘들 때마다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그라운드에서 장슬기는 꾸준하고 성실하고 포기를 모르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밖에서는 팬들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 국가대표의 자격은 무엇일까?
‘나 오늘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하기보다 모두가 보기에 최선을 다했고, 간절함이 보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실력이 좋은 선수가 국가대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