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의 눈

 

이 정 재

광주교육대학교 2대총장   

한국대학교 총장협의회 부회장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으뜸은 얼굴일 것이다. 사람들은 특히 그 가운데서도 눈을 꼽는다. 눈은 그 사람의 숨길 수 없는 전인격을 반영한다. 어느 시인의 찬가처럼 갓난아이의 순수한 눈동자는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다.



이처럼 눈이 그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어야할 장이 바로 교육이다. 학습자를 바라보는 교사의 눈은 교육의 장면에서 결코 경시될 수 없다. 두 인격체가 만나 서로 가르치고 학습하는 행위가 이루어질 때, 교사의 눈에 비친 학습자에 대한 인격적 앎의 정도가 교육효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여러 학자들의 실험적 연구에 의해서 증명되어진 바 있다.


일전에 어느 작가의 글에 의하면 눈은 그 기능과 경지에 있어서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첫째, 육안(肉眼), 둘째, 뇌안(腦眼), 셋째, 심안(心眼), 넷째, 영안(靈眼) 이다.


첫째, 육안(肉眼)은 있는 사물 그대로 보는 눈을 말한다. 키는 큰가? 얼굴색은 어떤가? 등 사물이나 사람의 겉모습을 보는 눈이다. 둘째, 뇌안(腦眼)은 머리로 보는 눈을 말한다. 무게는 얼마나 될까? 지름은 얼마나 될까? 빛에 따라 저 물체의 색은 어떻게 변할까? 등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가늠하는 눈이다. 셋째, 심안(心眼)은 마음으로 보는 눈을 말한다.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인간의 삶과 희망을 노래한 시인이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천태만상의 정경과 느낌을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했던 음악가들이 지닌 눈이다. 흔히 예술은 이러한 심안으로써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눈에 비친 관찰 상을 진솔하게 다가가 마음을 열고 보는 눈이다. 넷째, 영안(靈眼)은 마음의 눈이 좀 더 발전된 것으로서 영혼적 눈이다. 즉, 지선(至善)의 눈으로 사물을 대함을 뜻한다. ‘사과’라는 하나의 객체에서 자연과 인간, 동물, 생명의 존엄까지 유추하는 눈이다. 일찍이 성인들이 다다른 최고의 경지이리라.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인식체계에 의해서 세상을 지각하고 해석하며, 그 해석을 바탕으로 행위 하는 가운데 살아간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 역시 현재의 자신이 처한 구체적인 삶의 조건, 이를테면 여러 사물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들, 그리고 각종 의례나 절차 등과 같은 것들을 자신의 인식체계에 의해서 지각하고 해석하며, 그 해석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이런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교사는 어떤 눈을 지녀야 할 것인가? 작금의 발전 ․ 변화 지향적 시대는 교사에게 학습자 개개인의 유무형의 실체에 실존적으로 다가가는 종합적인 눈을 요구한다. 의미의 극대화를 향한 적극적 관계 형성은 편향된 안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는 시대의 주역인 학습자를 대하는 교사에게 너무나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학습자를 보는 교사의 안목에 있어서 주의해야할 것은 ‘후광효과(halo effect)'이다. 후광효과란 평가자의 피평가자나 학습자의 어떤 특징에 과하여 평가를 할 때 학생이 주는 일반적인 인상이 평가에 주는 영향이다. 요컨데 평가자 혹은 교사의 주관적 인상은 얻어진 평가결과를 객관적 사실 이상으로 과대 혹은 과소평가 하도록 요구한다. 후광효과, 혹은 여타의 비본질적 요인에 치우친 나머지, 학습자에게 불행은 필연이며 그로서 행해지는 교육행위 또한 빛을 잃을 것은 분명하다.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은 왜 쳐다보느냐?’는 노스님의 호통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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