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한 칼럼] 문 대통령, 강력한 개혁의지 보여야

무엇이 성숙한 시민의 태도인가?

여운국 공수처 차장 인선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가 심각하다. 지금 정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는 별개로 작동되는 듯한 느낌이 매우 짙다. 김진욱 공수처장 인선에서부터 기득권 법조 카르텔이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추천한 공수처장은 문제의 김앤장, 그에 의해 임명된 차장 역시 우익 법무법인 동인 출신으로 성분상 우리와 거리가 멀다. 이들을 문제 삼는 것은 진영이 아니라 우익의 김앤장과 삼성의 관계, 즉 삼성의 하급 관리자로서의 김앤장의 역할 때문이다. 민변과 법무부에서 추천한 인사는 모두 탈락하고, 두 사람 다 우익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인사라는 점에서도 범 기득권이 민주당 내에서 작동한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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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듯이 사람의 근본은 쉬 바뀌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한다. 인사 때마다 과거의 행적을 따지는 이유다. 여운국 차장이 진보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면, 법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시대정신이 있어야 옳다. 하물며 사법부 개혁 핵심 대상인 김명수 대법원장도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 어떻게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국정을 농단한 우병우를 변호하고, 국가내란 음모를 꾸민 기무사를 변호할 수 있는가? 이는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법조인의 신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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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한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과 방향이 바뀐다. 상식과 몰상식도 이 선택에 따라 갈리게 된다. 여운국 차장이 의식이 있는 법조인이라면 그들을 변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옳음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진 민주영령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역사를 안다면 더욱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재가했으니 문제 삼지 말자는 식의 무조건적인 지지는 뭔가? 이런 맹목적인 지지가 반개혁을 부르고 시민사회와 괴리를 갖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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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말로 그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그의 안위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그가 사회 대 개혁에 온 힘을 다할 수 있도록 보필해야 옳다. 무조건적인 지지는 신이 아닌 인간의 잘못을 정당화하고,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우리가 비판적 지지를 견지하는 이유는 누구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성공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까닭이다. 누군가를 비판할 땐 기분이 좋지 않다. 하물며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비판해야 한다면, 이는 무척 괴로운 일이어서 종일토록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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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식에 기반한 시민 집단지성으로서 그것이 더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필자도 누구보다 문재인의 적극 지지자이고, 그가 우리 사회 롤모델이라고 수없이 주장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 정국을 보면 결코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인간 문재인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은 다른 영역이다. 지금 우리가 직시하고 있는 현실은 그의 리더십 실종이다. 어떤 숨은 세력이 현 정국을 주도하는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지키고, 행사하며 국민들에게 봉사해야 옳다. 그것이 국가 원수로서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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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자포자기를 보고 들어야 한다. 그들 모두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전혀 괴로울 리 없다. 우리는 여전히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신념을 믿는다. 그래서 개혁 전사들인 조국, 추미애, 최강욱, 임은정을 사랑하고 지지하며 마음 아파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민들의 이런 순수한 충정을 들여다 보고 시민의 편에서 강력한 개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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