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보다 아마추어 외교가 큰일…

실력 부족, 정실 인사 “너희끼리 다 해 먹나?” 경계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외교 참사’ 논란을 부각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가결한 여세를 몰아 윤 대통령의 사과와 외교 라인 경질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외교 참사·거짓말 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워터게이트 사건의 닉슨 대통령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며 변명으로 일관하다 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라며 “역사를 거울삼아 윤 대통령과 여당은 타이밍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외교 참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전화 금융사기’, ‘의회 독재’ 운운하며 무책임한 궤변으로 야당을 비난하고 있다”며 “국민의 힘이 집권, 여당 자격이 없는, ‘윤 바라기’ 권력 추종 세력일 뿐임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민망하지만,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참에 윤 대통령의 말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방송으로 접하는 대통령의 어투, 말이 짧을 때가 적지 않다. 그런 반말 투가 사적으로 들으면 친근감의 표시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식행사에서 대통령의 언어로는 부적절하다.

 

이런 언어 습관이 결국 이번 사달을 부르지 않았나, 돌아보기 바란다. 비속어 논란 자체가 큰일은 아니다. 이번 순방에서 드러난 외교 아마추어리즘이 큰일이다.

 

 

윤 대통령은 당초 영국에 도착한 지난달 1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조문하려 했다. 이 조문이 불발된 건 명백한 외교의 크나큰 실패다. 사전에 런던 현지 상황을 숙지해 미리 가거나, 대통령을 위한 ‘패스트 트랙을 깔았어야 했다. 둘 다 어려웠다면 성사가 불투명한 행사 일정은 공지하지 말았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도 되는 나라의 정상이 미리 알린 조문을 못 하고 현지 교통 상황이 어쩌니, 하고 변명을 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의 환담은 더욱 심각하다.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이 그 정도로 설익은 상황이었다면 유엔 총회라는 다자 외교의 장에서 정상 외교의 유동성, 미국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의 불확실성 등 사전에 충분한 ‘밑밥’을 깔고, 바이든과 만남을 ‘기대 밖의 성과’처럼 포장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통화 스와프’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미국의 협조를 얻어낼 것처럼 분위기를 띄워 국민의 기대감만 높여 놓아버렸다. 이 모든 게 치열하고도 미묘한 외교 현장을 잘 모르는 아마추어들이 지휘봉을 쥐고 흔들어서 그런 건 아닌가. 박 장관이 ‘자기 정치’에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외교부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지만, 외교는 죽고 사는 문제’라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이 이번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외교 라인의 재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취임 5개월이 다 돼 간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방향은 맞는데 실력이 모자라 그쪽으로 못 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 중심에 정실 인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아닌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측은 물론이고 이번 정권에서 신실세로 등장한 인물들과 이런저런 연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사말이다. 실력보다 정실이 출세의 코드가 되는 조직이나 나라의 장래는 어둡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을 돌아보라. 첫 당선인 수석대변인을 필두로 “어, 이 사람이 왜…”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사가 적잖게 이어졌다. 오죽하면 ‘수첩 인사’라는 신조어가 나왔겠는가. 수첩 인사는 결국 친박 진박 감별이라는 황당한 논란으로 비화돼 총선 참패를 부르고, 결국 탄핵의 불씨가 됐다고 본다. 비상식적인 인사가 내부의 적을 키우고, 보수의 방관을 조장했다. 그만큼 대통령의 성패는 인사 성패에 달려 있다는 걸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빨리 깨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국민의 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주류 이용호 의원이 40%의 득표율을 가져간 건 심상치 않다. 대통령 임기 초 여당에서 그 정도의 ‘반란표’가 나온 건 희한하다.

 

혹시 “니들끼리 다 해 먹는 거냐”란 불만의 표시는 아니었을까. 인사를 할수록 우군을 키우기는커녕 아군과 지지층까지 떨어져 나가는 ‘뺄셈 인사’. 윤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인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영문판 ‘외교 관계’ 소식란을 확인한 결과, 한일 정상이 만난 사실이 빠져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한일 정상 약식회담’의 제목으로 성과가 기록된 것과는 대비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한 의원은 “우리 정부의 일방적 구애에도 일본은 연일 정상 간의 만남을 격하하고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도 좋지만, 국격과 국민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애원하는 저자세 굴욕외교를 더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마친 뒤 ‘열중쉬어’를 말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윤 대통령이 장병들의 경례를 받은 뒤 바로 연설을 이어가려고 하자 당황한 현장 지휘관이 대신 작은 목소리로 ‘부대 열중쉬어’를 했다. 사열을 위해 많은 날 훈련했을 장병들을 생각했다면 최소한이 정도는 숙지하고 갔어야 한다. 대통령이 처음이어서 잘 몰랐다고, 군대를 면제받아서 잘 몰랐다고 국민과 장병들이 이해해야 하는지 참담하다.

 

윤 대통령은 초보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을 언제쯤 개선할 것인지 답답 하다는 여론이 부지기수다.

 

4일부터 열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외 순방 중 불거진 ‘외교 참사’ 논란과 함께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및 대통령실 이전 비용 논란 관련 의제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4%까지 내려앉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미국·영국·캐나다 순방 외교 참사 논란은 민주당이 가장 집중하는 주제다. 여야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4일부터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협치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여야는 대선 연장전을 방불케 하는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