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공화국’ 대한민국

국방비 50조… 사회갈등비용 80조 초과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권력다툼에 빠져 내분을 일으킨 악재로 고구려는 멸망했고, 신라, 발해, 고려, 조선의 멸망도 결국은 극심한 내부 권력다툼과 당파싸움 등 갈등이 크게 한몫했다는 것은 역사의 상식이다. 독립 후에도 남, 북으로 나뉘어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루고 지금도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나라는 이념 갈등과 지역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등과 같은 해묵은 불씨를 끄지 못한 ‘초 갈등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한때 극렬했던 영호남 지역갈등으로 사회가 양분화됐고, 지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빈부갈등으로 양분화됐다. 청년층과 노인층 간 세대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갈등 해소 노력이나 전문기관의 부재와 정치권의 관련법 제정 외면이 지역갈등을 키웠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추구와 국민갈등만 부추겼다.

 

한국은 경제발전을 통해 3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다. 하지만, 경제이익은 권력과 힘 있는 기득권 세력이 차지했고, 가난은 힘없는 노동자들의 몫이 되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가난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일제에 빌붙어 자손 대대 떵떵거리는 친일세력의 부귀영화를 인정하는 나라, 역사적 불평등과 갈등 하나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채 빈부갈등은 시작됐고, 지역갈등과 세대갈등, 이념갈등, 정치갈등이 대물림되면서 지금도 사회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갈등의 원인은, 경쟁의 결과로 자리 잡은 가진 자와 기득권층의 갑질, 탐욕, 불신, 이기적인 사고로부터 출발한다. 여기에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이 증폭되면서 사회적 질병으로 진화한다.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 주체인 국가의 정책 입안자와 관리자 또한 기득권층의 역할을 대변하거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갈등을 조장하거나 이용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갈등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갈등’은 다원화되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고, 어떤 면에서 매우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때로는 ‘갈등’이 민주사회에서 ‘경쟁’으로 진화하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경쟁’ 이후에 남겨진 불평등의 결과로 인한 또 다른 갈등,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27개국 중 극한 터키에 이어 최하위 두 번째로 평가 받고 있다. 터키는 극한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특수 상황으로 놓고 볼 때 사회갈등 중 가장 심각한 종교분쟁이 없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꼴찌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년에 적게는 80조원에서 많게는 수백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한해 예산이 500조원 안팎이고 국방예산이 50조 정도로 볼 때 80조가 넘는 액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이 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저인 출산율 탓에 생산 가능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대규모의 소모성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미래 경제를 암울하게 만드는 근원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 고용불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에 따른 갈등 문제들을 정부와 정치권이 선제적으로 예방역할을 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국가와 정치권 그리고 사회적 지도자들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협동보다는 혼자만 살아남는 적자생존,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분노와 미움으로 점점 더 삭막해지고 있는 만성적 갈등 사회인 ‘갈등공화국’을 치유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과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기득권을 옹호하고,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효과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집단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함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운명공동체를 실감할 수 있도록 공정과 상식의 사회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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