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vs 비주류… 분당說 휘말린 민주당

“남 탓 그만”… 친문·친명 갈등에 민주당 원로들 일침

 

더불어민주당 원로 인사들이 6.1 지방선거 패배를 둘러싼 당내 책임 공방에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일부는 지방선거 당시 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재명 의원의 ‘책임’ 역시 거론했다. 당내 격화하고 있는 친문·친명 갈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깨끗이 각자의 책임을 지는 것부터 당 수습을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상임고문들은 모두 연이은 민주당의 ‘선거 패배’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최근 친문·친명 계파 갈등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민주당은 “6.1 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 어떻게 성찰하고 반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그간 충분히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당내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지적, 앞으로 며칠 걸리더라도 무제한 토론을 해보자는 제안, 비대위 구성문제 등이 주류였다”라며 “대선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유 대표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상임고문의 출마로 수세를 자처했다”라며 “이재명 고문의 출마는 대선 불복 프레임이 강화되는 효과를 만들었고 중도층의 피로감은 극대화됐다”고 강조했다.

 

벌써 전당대회 시기와 전당대회 규칙 등을 둘러싸고 친문과 친명이 대립한다. 전당대회 규정을 둘러싸고 친명 측은, 신규 당원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며 당비 납부 기준을 6회에서 3회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거 입당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지지를 의식해서다.

 

반대로 친문 측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규정을 변경하는 것을 반대한다. 전당대회 시기도 친명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반명 측은 예정대로 8월에 실시하자는 처지다.

또한 정세균(SK)계 좌장 격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당의 계보에 대한 국민 우려를 고려해 연구모임 ‘광화문포럼’을 해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계의 이병훈 의원도 3일 새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파 싸움으로 모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계파를 해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우연히도 같은 날 이루어진 1, 2위 계파의 해체선언이 “이재명 의원의 새 계파 해체선언을 유도하기 위한 위장 해체”라며 경계한다.

 

국민은 민주당의 ‘막가파식 저열한 계파전쟁’은 멈출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신 정책과 노선, 민생을 놓고 구동존이(求同存異), 화이부동(和而不同), 똘레랑스(tolerance)의 정신 속에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하는 국민정당으로 변모하기를 바란다.

 

6.1 지방선거 대패 반성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인 2일부터 민주당 터줏대감과 중진들이 짜고 친 것처럼 이재명 국회의원 일제 공격에 나선 그것이 패거리, 조직폭력배 정당의 한 모습이다.

 

중진의원들은 다 나서 한마디씩 한 듯하다. 요지는 “이재명 당 대표자는 안된다”라는 것이다.

그는 혈혈단신이다. 보궐선거 출신의 초선 애송이다. 대학 구경은 했지만, 사실상의 학력은 초등 졸업이다.

SK(정세균), NY(이낙연), 문재인 계 일부 의원들은 거의 마녀사냥 수준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국정원장에서 물러난 노정객 박지원 씨(80)까지 이재명을 저격하는 바람에 이재명의 중량감만 더 커져 버렸다. 거물(巨物)과 붙으면 따라서 커지는 법이다. 이재명으로서는 잠시 힘들겠지만, 이런 헤비급들의 떼 공격만 잘 받아내면 같은 헤비급 반열에 오른다. 불감청일지언정 고소원이 아닐까?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재명은 당의 명령에 따라 전쟁에 나갔다. 처음부터 어려운 전쟁의 총알받이로 나갔는데, 전쟁에 지니까 이제 군법회의에 보내겠다는 것이냐”라고 통박했다.

 

원로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전진우 씨는 “이낙연 등 반(反) 이재명 정파들이 대선과 6·1선거 패배 책임을 이재명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을 보니 참 졸렬한 인간들이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에 대해 제삼자(국민)가 아쉬워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反) 이재명 세력이 그럴 자격은 없다. 이낙연을 포함한 그들 모두가 대선 패배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라며 “호남투표율이 낮은 것을 보라는 얘기도 이낙연이 할 말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재명 출마가 방탄용’이라는 공격은 국힘당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당내 반(反) 이재명 세력들도 곧장 그런 공격을 했다. 개그맨 노정렬 씨는 2일 한 방송에서 “방탄 의원이라고 ‘내부총질’ 하는 분들이 있던데, 왜 방탄하면 안 되나? ‘방탄소년단’이 들으면 큰일나겠다ᆢ. 교전 중일 때는 방탄도 해야 한다. 나쁜 놈들 총알이 막 날아오는데, 맞고만 있어야 하는가? 당 혁신의 싹을 계파 힘으로 누르려 하면 안 된다. 민주당의 전통, 정서와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국민 대중들이 용서치 않는다”고 말했다.

 

원로들이 공작, 음모, 흑색선전, 가짜뉴스 이런 것들로 과욕과 노추(老醜)를 보일 게 아니다. 후배들 잘하도록 병풍 역할도 하고, 총알받이도 되어주고 그러면 박수받을 것 아닌가?

일류대에 정치 엘리트로 일관해 온 정세균 이낙연을 비롯한 원로, 고참들이 학력, 성장 과정 모두 흙수저이고 시장, 도지사에 불과했던 이재명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원로들 모두 정치를 상고 졸업한 김대중 선생에게서 배우지 않았던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한다면 이재명을 그리 떼 지어 공격해서는 안 된다. 집단 따돌림, 집단학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등 돌린 민심을 돌리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되찾고 싶다면 먼저 국민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동안 잘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고쳐 나갈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저 임시방편으로 적당히 둘러대면 민심 회복은 물 건너간다.

 

‘백성의 입을 막기란 물길을 막기보다 힘들다(防民之口 甚於防水)’.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침대 옆에 두고 틈만 나면 읽는다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한번 민심을 잃으면 홍수보다 더한 재앙이 몰아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정점을 찍는 한마디.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 정치 권력이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민심 난독증(難讀症)’이다.

 

민심이 거부해 6.1지방선거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은 네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을 진정성 있게 인정해야 한다. 둘째 그 패배가 전적으로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걸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셋째 잘못된 부분을 원상회복해야 한다. 넷째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카타르시스가 되고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게 화합이다.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 하늘의 때가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이 사람의 화목함만 못하도다. 말이 있듯. 민주당은 말로만 개혁할 뿐, 내부의 문제 제기도 틀어막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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