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장애표시등 설치만 의무, 지원은 누가 해 주나

비행기에 탑승해 밤하늘을 비행하며 발아래 공항 주변 도심지역을 내려다본 적이 있는가.

 

십중팔구 낮의 그것과는 다른,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답고 운치 있는 모습에 감탄사를 자아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일상생활에 불필요한 불빛들이 꺼진 모두가 잠들어 있을 새벽 시간대 그 모습을 봤다면, 칠흑 같은 어둠 속 밤하늘의 별들을 발아래 새겨놓은 듯 착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시간대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밝고 선명한 빛이 있다면 그건 필시 항공장애표시등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항공장애표시등은 어두운 밤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물이 아니라 항공기의 안전 운행을 위해 설치된 시설물이다. ‘항공장애표시등’이란 용어 그대로 항공기 등을 운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물체를 표시하는 등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바다에는 배의 안전을 위한 등대가 있다면, 공중에는 항공기의 안전을 위한 항공장애표시등이 있는 것이다.

 

사실 항공장애표시등은 민간공항과 군 공항을 함께 보유한 우리 광주광역시에서는 어디든 쉽게 볼 수 있는 시설물이다. 공항시설법과 군사기지법의 기준 범위에 있는 가공선, 철탑, 굴뚝, 건축물 등의 사업시행자 또는 소유자는 항공장애표시등을 설치 및 유지·관리하도록 법적 의무화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에는 총 184곳에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항공장애표시등은 성능 및 용도의 특성상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짧고 전력 사용량이 매우 높아 소요되는 유지·관리 비용이 결코 적다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설물의 유지·관리를 법적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원 근거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항공장애등의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어 있고 이에 소요되는 유지·관리비용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맡아 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항공장애표시등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을 감수한 채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직접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2018년 의정활동의 시작과 함께 지금까지 5년 동안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오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에서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나 그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제37조제2항에서는 공익상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에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국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장애표시등의 실질적 필요 주체인 군사기지나 민간항공사에게는 아무런 의무를 주지 않고 주민들에게만 설치 및 관리 의무에 대하여만 규정한 채 그 손실보상 외 어떤 지원에 대한 규정도 없는 현행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것이며, 침해된 주민들의 재산권 또한 보상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현재 광산구는 국토부와 국방부를 상대로 한 공익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의 권리가 더 이상 잠들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하여 항공장애표시등의 설치비용과 관리비용을 되찾고 향후 지속 발생할 비용에 대한 책임도 부과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송비용은 광산구 공익소송 비용지원 조례에 따라 추후 공익소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민들의 시간과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혹자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과연 승소할 수나 있겠느냐”고 말한다. 그렇다. 녹록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은 너무나 불합리하여 명백히 개정이 필요하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써 국민을 위한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 공익소송 준비하는 중 적극적인 주민들의 참여와 지지는 필자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되어 주었다.

 

광산구 관내 항공장애표시등 설치 대상 11개 단지 아파트 중 이미 7개 단지 아파트 1만여 세대 입주자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공익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제 더 이상 필자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닌, 민·관·정이 함께 하는 싸움이 된 것이다. 함께해준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공익소송의 승소를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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