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전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이제 곧 성탄절이다. 예수님의 탄신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12월 25일은 예수님 덕분에 쉬게 되는 법정 휴일 중 하루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크리스마스 캐럴을 노래하다가 곧 새해를 맞게 될 터다.

 

예전에는 이맘때쯤이면 거리에서, 가게에서 언제 어디서든 캐럴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의 정취나 북적함은 찾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2022년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 의미와는 상관없이, 또 종교의 유무와도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기쁨과 축복의 기운을 전하고 있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자연스레 마음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캐럴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며, 캐럴이라는 음악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상상할 수 없다.

 

비단 성탄절에만 음악이 있으랴. 세상에 모든 음악이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절대요소이다. 오늘날은 IT를 기반으로 최첨단 매체와 통섭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음악을 스트리밍(streaming)할 수 있다.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곳에서, 길을 걷거나 여행 중에도, 또 잠을 청하기 위한 수면 도구로도 전용되기도 한다.

 

때로는 300여 년 전에 ‘비발디(A. Vivaldi, 1678~1741)’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나, 200년 전에 ‘베토벤(L. v. Beethoven, 1770~1827)’이 작곡한 〈교향곡 9번 합창〉을 손가락 터치 한 번만으로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음악은 과거로도 여행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음악을 시간예술이라고 표현한다. 과거로 떠나는 백 투 더 뮤직(Back to the Music)인 것이다.

 

먼 옛날, 인류는 이족보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오늘의 문화와 문명을 일구었다. 이러한 인간의 위대한 흔적은 오늘의 나를 대변하고 내일의 나를 담보한다.

 

어떤 이들은 과거에만 집착하면 발전은 없다고 한다. 과거의 시간은 앞길을 가로막는 올무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과거 즉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진리(眞理)라 믿고 있다. 과거의 시간이 현재와 중첩되면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오늘과 어제의 내 삶에 큰 변화가 없고, 내일의 삶도 뻔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일보 전진하고 있으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내면서 지치고 힘이 들 때,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마주할 때, 우리는 홀로 눈물 흘리며 인생을 자의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 가수는 인생을 고전적 의미에 담아 이렇게 노래했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고전’을 뜻하는 영단어 클래식(classic)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유래했다. ‘클라시쿠스’라는 단어는 함대(艦隊)를 의미하는 클라시스(classis)에서 파생된 형용사이다. 일본의 미학자 ‘이마미치 도모노부(今道友信, 1922~2012)’ 교수는 '단테 『신곡』 강의'를 통해 클라시쿠스는 로마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라를 위해 함대를 기척할 수 있는 부호들을 지칭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인간의 심미적 차원에 대입해보면 국가적 위기가 아니더라도 인생사 굴절마다 어려움을 겪고 도움이 필요할 때, 즉 여러 가지 이유로 다양한 어려움에 당면했을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돕는 어떤 것들이 다 ‘클래식’이라는 것이다.

 

나를 응원하는 가족이, 친구가, 책이나 그림, 잠깐 스쳐 들었던 음악이 심지어 십 분 전에 먹었던 라면 한 그릇이 누군가에겐 클래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클래식이 고전음악을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클래식은 나를 위로하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클래식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으며 다 그 쓰임대로 소비되고 있다. 그것이 클래식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필자에게는 음악이 클래식일 때가 많다.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힘을 충전한다. 볼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마음 한구석에 와닿는 음악이나 노래 한 곡이 눈물이 되고 기쁨이 되기도 한다. 음악으로 생의 에너지를 얻고, 노래 한 곡으로 삶이 더없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최첨단 과학 문명이 세상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사다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잘 살기 위한 명제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우리는 정해진 시간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다. 얼마 남지 않는 2022년,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나와 가족과 이웃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하자. 또한 나만의 클래식을 선정해보자.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음악과 노래로, 나를 위로하고 축복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자. 정말 잘 살아냈다고. 올 한 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를 칭찬한다고. 오늘은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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