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도 이런 축제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축제는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이 숨 쉬는 모든 곳에 존재해 왔으며, 지구촌 곳곳에서 나름의 의미를 담아 현재에도 계속 되고 있다. 오늘날의 축제는 특정한 날에 종교적 의미나 그 기원과는 상관없이 시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지역의 문화, 예술, 경제 발전의 활성화와 대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기획·진행된다. 그 지역만의 독특한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한 축제는 사회·경제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낳고 지역구성원들에게 공동체적 삶의 자긍심을 부여한다.

 

때로 이것에 동의를 못하는 이들도 있고 축제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축제의 명칭만 다를 뿐 형식이나 내용은 차별성이 없고, 테마를 달리하더라도 일회성의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필자도 일부 동의하고 지난 글에도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축제는 5차 산업과 맞물려 발전·진화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적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음악을 주재료로 하는 축제는 예술적 성격이 강하고 음악 자체가 지니고 있는 에너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음악 없는 축제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는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클래식음악을 주재료로 하여 시내 전역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무려 200여 회의 음악회가 열리고 공연장 이외에도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오페라나 발레 공연을 상영하는 등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만들어 매년 25만 명 정도의 방문객을 집객 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에 시작된 대관령음악제가 강원도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미래의 라이징 스타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는 음악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음악제 구성은 7~8월에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와 겨울에 열리는 ‘대관령겨울음악제’로 나뉘는데, 그동안 정명화, 정경화, 백건우, 클라라 주미 강을 비롯한 수많은 음악가들이 출연하는 등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지난 6월,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듀오 무대가 꾸려지기도 했었다.

 

경남 통영에서도 세계적인 국제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음악제는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2000년에 ‘통영현대음악제’로 시작하여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로 이름을 바꾼 뒤, 매년 4월 초에 아름다운 남해를 배경으로 축제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주빈 메타를 비롯해 정명훈, 조수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빈 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음악인들이 통영을 찾아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었고, 매 공연 매진 행렬을 만들어 냈다. 그뿐만 아니라 통영은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에 가입하여 매년 11월에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를 개최하고 있다. 때가 되면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 음악인들이 통영을 찾고 있는 것이다.

 

광주에도 이런 축제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광주도 위의 도시들 못지않게 최고의 음악축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몇 가지를 나열해보면 첫 번째로는 광주는 문화예술의 무한한 가치와 미래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문화중심도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시아의 문화예술 교류와 창·제작의 통합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에 자리하고 있다. 세 번째는 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 시립오페라단을 비롯해 수많은 아마추어 동호인이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축제를 체계적으로 운영·기획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과 주변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에서도 클래식 음악발전에 공이 지대한 음악인에게 상(Asia Classic Music Award)을 수여하여 그 업적을 기리고, 학문적 연구와 문화적 접근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된다면 그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음반 제작, 음원 유통 및 클래식 음악이 해외로 수출되고 영재를 위한 마스터클래식이 열리는 등 음악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창출되었으면 한다. 대외적인 환경도 긍정적이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음악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10월 한 달을 음악이 흐르는 광주로, 광주가 아시아 시민들의 음악놀이터로 변화되길 희망한다. 이는 분명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교류의 장 뿐만아니라, 유·무형의 일자리 창출과 도시 마케팅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꼭 ‘클래식 음악축제’가 아니어도 좋다. 시민들 모두가 손을 잡고 노래하는 ‘합창축제’여도 좋을 것 같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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