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조태일 시 <국토서시> 일부
죽형 조태일 시인은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아침선박>이 당선된 이래 서슬 퍼런 언어로 정치모순과 사회현실에 온몸으로 맞선 저항시인이었다. 자연과의 교감을 빼어난 서정시로 보여준 죽형(竹兄) 조태일 시인(1941~1999) 20주기를 맞아 시인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행사는 조태일 시인 타계 20주기를 맞아 ‘우리의 삶을, 우리의 숨결을’을 주제로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먼저 시인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시 낭송이 이어질 예정이다. 조태일 시인이 발행하던 <시인>지로 등단한 권혁소 시인은 ‘무뚝뚝한 사나이’라는 시를 통해 불의에 맞섰던 조태일 시인을 추억한다. 강대선, 김숙희, 박관서, 석연경, 주명숙 시인도 시낭송을 통해 조태일 시인을 떠올린다. 또한 곡성의 어린이들도 조태일 시인의 시 <임진강가에서>를 낭송할 예정이다.
70년대부터 민중문학 진영을 이끌어온 염무웅 평론가는 독재 권력에 저항하면서도 개성적인 목소리가 확고한 시를 썼던 조태일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염 씨는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평론 부문 당선자로 조태일 시인과는 신춘문예 동기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도 마련된다. ‘씨쏘뮤지컬컴퍼니’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월드뮤직그룹 루트머지’는 전통음악 산조에 자유스러운 형식을 접목한 퓨전음악을 선보인다.
또한 행사장에서는 ‘그리운 쪽으로 고개를’이라는 이름으로 서양화가 한희원 씨의 시화전도 펼쳐진다. 조태일 시인의 대표시를 비롯해 박남준 시인 등 여러 시인들의 추모시들이 그림으로 재탄생한다. 여기에 천년고찰 태안사 문학기행, 세미나 ‘분단 극복과 통일 지향의 시문학’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마련된다.
한편 문학축전에 앞서 이날 1시 곡성레저문화센터 대황홀에서 <분단 극복과 통일지향의 시문학>을 주제로‘통일을 준비하는 젊은작가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에서는 분단 문제에 관심을 가진 조태일 시인의 시를 조명하고, 통일문학의 현주소를 진단할 예정이다.
<참 고>
조태일 시인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고, 광주서중, 광주고, 경희대를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자유가 시인더러> <산속에서 꽃속에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등을 펴냈다. 1969년 <시인>지를 창간한 이래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박남준 시인 등을 발굴했다.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생활을 하는 등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대표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9월7일 간암으로 작고했다.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