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부는 北, 러시아 파병에 한반도 ‘전쟁 공포’ 마케팅 말아야

  • 등록 2024.10.28 15: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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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수천명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 1명과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쿠르스크 지역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해 러시아 영토 일부를 점령한 곳이다. 볼로 이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북한군이 곧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파병설을 부인했던 북한과 러시아의 태도도 바뀌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고, 북한 외무성은 “그런 일(파병)이 있다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강변했다. “북한군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송기를 타고 러시아 서부 군 비행장으로 이동한 다음, 차를 타고 전투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군이 러시아 전장에서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북한군의 러시아파병설은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언론이 ‘북한군 3000명이 러시아로 파병됐다’고 하면서부터였다. 이어 17일 BBC가 ‘러시아 극동 기지에 북한군 병사들을 이동시켰다’는 보도가 또 나왔다. 북러 군사 결탁은 국제법과 유엔총회 결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등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행위이자 국제범죄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 명분 없는 반인륜적인 전쟁을 2년 8개월째 벌이고 있다. 이미 국제형사재판소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푸틴의 공범이 되겠다는 얘기다.  


뉴욕의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유엔 제1 위원회 패널 토론에서 러시아 파병설과 관련해 “주권 국가와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을 약화하고 북한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근거 없고 뻔한 소문에 어떤 발언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25일에는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이 파병설에 대해 “만약 그런 일(파병)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파병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북-러 간에 ‘한쪽이 침공을 받을 시 바로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라는 신조약 4조를 체결한 이후부터 파병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었던 쇼이구 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북한을 방문해 파병 절차 논의가 개시됐다. 


지금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미국백악관도 “북한군 약 3000명이 러시아로 파병돼 러시아 동부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초기에 미국, NATO 등이 모두 ‘사실이라면’ 등 확인이 되기 전까지 최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한미일 3국 안보보좌관들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북러 군사 협력 중단을 촉구한 건 마땅했다. 정부 대표단은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와도 대응책을 논의한다. 북한군 전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 분석관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북러 밀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고도화하는 걸 막기 위해 단계별로 우리가 대책의 수위를 조절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우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고 휘말리다 자칫 남북 대리전 양상이 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 미국도 신중한 마당에 우리가 덥석 공격용 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꺼내 드는 건 섣부르고 위험하다. 


북한과 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심각한 문제이다. 더욱이 북한이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따른 대책을 세우고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벌써 ‘살상 무기 지원’ 검토를 언급하는 등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국민에게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다른 목적에 일부러 안보 정국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냔 의심을 살 수 있는 발언이다. 길게 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접근해야 국민을 지키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계기로, 러시아 지원을 통해 반대급부를 얻으려 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고립을 피하고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욕심이 크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은 대개 북한 문제에 아주 강경하고, 특히 한-미-일 3각 안보 자리에서는 때론 제일 앞서나갈 때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심각히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역시 사실관계가 보다 확연한 상황에 이르자, 이를 확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수준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강경’은 일단 목소리부터 높이는 식으로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지금 국민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 그러한 ‘강경’ 목소리가 민심 수습책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 위기를 조장해 국내 정치적 문제를 타파하는 것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유효했던 방식이다. 지금도 이런 방식이 통하리라고 보는 것은 시대착오일 것이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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