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명품백 수사심의위, 정치 고려 없이 국민 눈높이서 결정해야!

  • 등록 2024.08.26 15: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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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로 판단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지난 23일 직권으로 검찰수사심의 위에 부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자,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게 수사 결론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의견을 묻기로 한 것이다. 다음 달 중순 퇴임하는 이 총장이 흠결 많은 수사의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 택한 고육책인 셈이다. ‘친윤’ 이창수 지검장이 지휘한 이번 수사가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고 마무리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검사들이 ‘검찰총장 패스하기’ 논란까지 자초하며 대통령 경호처로 찾아가 비공개 ‘출장 조사’를 벌였으니 ‘성역 없는 수사’는 애당초 공염불에 불과했다고 봐야 한다. 권력에 굴종하는 검찰의 굽은 잣대를 수심 위가 바로잡기 바란다.


이 총장의 수사심의위 회부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초,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며칠 뒤 서울중앙지검 수사진용을 죄다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총장은 김 여사를 검찰청에 불러 조사하라고 했지만 출장 조사를 했고, 사후에야 그 사실을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렇게 조사한 끝에 ‘명품백 수수와 대통령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줬다. 김 여사 수사를 두고 정권과의 갈등설이 돌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을 했고, 그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이창수 지검장이 임명됐다. 수사하지 말라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준 거나 다름없다.


검찰은 예상대로 김 여사에게 완벽하게 면죄부를 헌납했다. 명품 가방 등 최재영 목사가 건넨 500만 원이 넘는 금품은 ‘감사 표시’로 의미가 축소됐다. 최 목사가 금품 전달 전후로 김 여사에게 여러 건의 청탁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검찰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직무와 관련성이 없으니 대통령의 신고 의무도 사라졌다. 문제는 수사심의위가 실체적 진실에 근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수사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판단한다.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면 판단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검찰은 김 여사를 서면으로 조사한 뒤 검사 휴대전화까지 꺼둔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 출장 조사를 했다. 증거물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도 없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의 의혹이 집중된 사건에서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수심 위는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대검찰청에 설치된 기구다. 이번 검찰 수사가 절차와 결과 모든 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에 예속된 검찰의 면죄부 논리에 구애받지 말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찰에 묻고 따져야 한다. 수심 위마저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정당화하는 요식 절차로 끝난다면 ‘김건희 특검’ 도입의 당위성만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비교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검찰 외부 민간위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증거들을 따져 최선의 판단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총 250명 안팎의 외부 전문가 그룹 중에서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서 회의를 소집하게 돼 있다. 심의 결과는 검찰이 참고만 할 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때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수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월에도 이 총장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 중 한 명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기소 여부 판단을 수사심의위에 맡겼다. 수사한 지 1년이 넘도록 기소를 못 하다가, 심의위 ‘기소 권고’를 받은 후에야 떠밀려 기소했다. 그만큼 정권 차원의 수사 외압이 강하다는 뜻이지만, 이런 게 반복될수록 검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심의위 회부와 별개로 검찰이 정권과 관련된 사안마다 이해할 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외부 조언을 받는 사례는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혹여 수사심의위가 검찰 주장을 비판 없이 수용하면 논란은 이어질 것이고, 수사심의위 존재 이유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법리와 상식,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론을 내리기를 바란다.

조은별 기자 eunbyulzz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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