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의회 설치 및 운영’ 올해의 정책으로 선정

  • 등록 2023.09.18 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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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광주문화재단, 시민공론장 백가쟁명 열어

 

전남투데이 김희경 기자 | 도시를 사랑하는 시민이 ‘문화예술이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만나 스스로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행사 <2023 백가쟁명>이 광주문화재단(대표이사 황풍년) 주최로 지난 8월 31일 전남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행사 결과, 시민이 제안하는 예술정책으로 ‘예술인 의회 설치 및 운영’ 제안이 선정됐다.

 

광주문화재단(대표이사 황풍년)의 '백가쟁명'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열린 문화정책 거버넌스로 시민네트워크가 함께 모여 광주광역시에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고 발굴해 공론화하는 프로젝트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자 올해 3월부터 예술인·활동가·기획자 그리고 시민네트워크가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문화예술정책 발굴’을 위한 과정을 보냈다. ‘예술인이 시장이라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백가쟁명> 에는 7개의 분과가 협의하고 발굴한 정책을 내놓고 시민들의 표를 호소해 ‘올해의 정책’을 선정하는 자리였다.

 

7개 분과, 즉 각 정당은 ▲누구나 소중하당(불평등해소와 사회안전망 구축) ▲안전공정예술당(안전하고 공정한 문화예술생태계) ▲춤추는 대자보당(교통) ▲문화예술일자리당(일자리) ▲기후위기 약당(기후위기) ▲같이삽시당(도시계획) ▲삶은 예술이당(문화다양성)이었다. ‘예술인 의회 설치 및 운영’을 제안한 ‘안전공정예술당’은 유효한 총184표 중에 35표를 얻어 올해의 정책으로 뽑혔다.

 

안전공정예술당, ‘광주광역시 예술인의회 설치 및 운영’

 

안전공정예술당(젠틀레스키 후보)은 안전하고 공정한 문화예술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기반마련에 의견을 모았다. 예술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 평등, 권리보호, 안정적인 창작 환경 등 다양한 요구사항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기구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통해 예술인 스스로 문화행정과의 협력으로 관련 정책의 수립-실행-점검-개선의 과정에 주체가 되고, 지역 문화예술생태계의 현안 대응 및 피해 구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일찍이 광주광역시는 2015년 “광주광역시 아동․청소년 친화도시 조성 조례”에 의거하여 아동․청소년이 정치활동에 참여하고 정책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소통의 창구로서, 주체적인 시민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기구로 ‘광주광역시 아동․청소년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동․청소년은 정당을 창당하고 정책을 스스로 발굴하며, 광주광역시와 함께 정책을 검토하여 ‘아동․청소년 참여예산제’를 통해 정책을 실현시키고 있다. 여기서 착안하여 안전공정예술당은 ‘예술인 의회’를 통해 지역 예술인으로서 지역의 문화예술 정책 결정권자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참여하는 것이 문화예술 정책 수립과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것이라 판단하였다. ‘예술인 의회’는 지역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자문․심의 등의 절차, 정책의 우선순위와 예산 수립 과정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예술 현장의 권한 확대와 자치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에 백가쟁명과 같은 공론장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예술인의회’ 활동을 보장하는 조례 제정과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날 시민에게 제안된 다른 정책들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누구나소중하당, ‘누구나, 언제나, 불편 없이’ 문화예술 접근성 지원확대 사업

 

누구나 소중하당(나너 시몬 후보)은 문화예술에서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접근성’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누구나, 언제나, 불편 없이’를 홍보 문구로 내세운 광주시티투어버스가 실은 접근 불가능한 버스라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승차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아차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시민은 들어갈 수 없는 차별버스인데, 역설적이게도 슬로건은 ‘누구나, 언제나, 불편 없이’ 이었던 것이다. 이 역설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광주 문화예술계에서 ‘접근성’ 문제는 도처에 있었다. 지하공연장의 계단, 수어나 문자 통역의 미비, 무대로 올라가는 경사로 없는 계단. 또한 신체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전용 좌석은 공연장의 제일 앞자리나 뒷자리 등에 위치하여 목이 아프거나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영화 예매, 공연 티켓 출력을 위한 키오스크가 어린이나 휠체어 이용자가 닿을 수 없는 높이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누구나 소중하당은 ‘누구나, 언제나, 불편 없이’ 지원되는 접근성 확대 사업을 제안한다. 첫 번째, 문화예술시설 및 행사 접근성 실태조사이다. 이는 공공문화예술기관이나 시설뿐만 아니라, 소공연장, 생활권 문화 공간 등 문화시설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문화예술 접근성 체크리스트 및 접근성 향상 가이드라인 제작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문화예술 행사 및 문화예술시설에서 접근성 향상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지원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행사 및 문화예술시설 접근성 모니터링의 실시이다. 이를 위해서 기관평가, 행사평가나 계약 시 ‘접근성준비도’ 가 반영된다면 실천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춤추는대자보당, ‘차 없는 길 Car Free Via 100km’

 

춤추는대자보당(이 사도라 후보)은 차 없는 길에 인라인, 보드,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들로 놀이와 문화가 넘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늘어나니 골목상권의 작은 가게들이 살아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고 이웃들끼리는 친해지는 공간이 된다. 일요일 오전엔 이동량이 아주 적으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시민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니 일석 삼조, 사조인 셈이다. 이런 상상의 끝에 ‘차 없는 길 Car Free Via 100km 광주’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집 앞이나 가게 앞거리를 차 없는 길(골목, 도로)로 신청하면 재미와 사람이 넘치는 거리로 광주시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해당되는 거리 주민 2/3이상의 동의서를 받아서 신청하면 된다는 조건이 있다. 공약대로면 광주광역시는 신청된 거리의 타당성을 검토(법률, 교통 등)하고, 담당 구청, 부서, 경찰서 등 행정 처리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또한 차 없는 길로 선정되면 주민 활동을 위한 예산으로 10m에 100만원을 지원한다. 1km면 1억을 차 없는 길 활동(문화, 놀이, 체육, 플리마켓, 캠핑, 장터 등)에 지원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일자리당, ‘지역문제 해결형 문화예술 실험가 사업’

 

문화예술일자리당(반 고호 후보)은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를 모색하고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일자리는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9시 출근-6시 퇴근”의 고정된 관념의 일자리가 아닌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창직”의 아이디어를 백가쟁명을 통해 나누고자 했다. 기발한 의견들도 많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안하고자 했고, 문화예술을 활용한 일종의 실험 프로젝트 ‘지역문제 해결형 문화예술 실험가 사업’을 제안하였다. ‘지역문제 해결형 문화예술 실험가 사업’은 문화예술활동가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실천 기반을 지원하여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선순환 프로젝트다. 지역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예술적  아이디어(해결방안)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활동하는 문화예술활동가들의 활동비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도시와 우리 지역의 문제에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촉진한다. 광주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볼  문화예술활동가라면 누구나 사업 대상이며, 이때 문화예술활동가는 문화예술 생태계 안에서 창작자, 기획자, 운동가, 연구자 등의 위치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미 전국에서 이러한 크고 작은 예술실험들이 비즈니스로도 성공하고 있다. 아동 대상 미술 봉사활동을 디자인제품으로 탈바꿈시킨 “에이드런”은 자체개발한 커리큘럼으로 지역아동센터나 보육원 아동들에게 미술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아이들의 그림을 영감으로 삼아 가방이나 지갑 등 디자인 제품을 만든다. 매출액의 일부는 다시 시설에 기부하는 등 선순환구조를 훌륭하게 구축하여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문제 해결형 문화예술 실험가 사업’을 통해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활동가들이 지역과, 환경과, 예술인들이 함께 선순환 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실험을 해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기후위기약당, ‘광주광역시 기후위기약방 공모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정책’

 

기후위기약당(심사임당 후보)은 도시 전반적으로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기후위기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분야와 방면의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다. 문화예술은 시민에게 기후위기 대응하는 실천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기제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2050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도록 시민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공모사업을 제안하였다. 순수한 시민 각각의 역량으로 기후환경 분야 동아리를 구축하고 조직을 구성하여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추진한다. 특히,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운동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관내 기후단체 네트워크와의 협력 프로그램’, ‘개개인의 역량을 이용한 기후환경 관련 취미 공유’, ‘기후환경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재능 공유’, ‘업사이클링 상품 체험 및 프로그램 신설’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 개설 △‘장단기적, 대소규모 예산 사용 가능’, ‘남녀노소 모두 동아리 활동을 통해 환경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 등의 기후환경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시민이 취미 차원의 활동으로 입문하여 단계적 양질의 확대 참여 할 수 있으며, 모범 사례가 된 동아리의 경우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기후위기정책으로 발전하는 기대도 해 볼 수도 있다.

 

같이삽시당, ‘N분 거리에 있는 도시의 질병 빈집을 생태예술로 점거하라!’

 

같이삽시당(기 르보야지 후보)은 도시계획에 대해 고민한 당이다. 광주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도심 곳곳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는 빈집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광주형 스쾃’을 제안했다. 광주형 스쾃이란 생태・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이 집에서 N분 거리에 있는 빈집의 담벼락, 대문, 옥상, 마당 등 일부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해 자신의 활동을 마을 주민들에게 펼쳐 보일 수 있는 팝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 기반을 마련하는 제도이다. 같이삽시당은 극심한 도심화와 지속적인 개발로 훼손되는 도심 생태 축을 연결하고, 공동체 두레 문화를 되살리고, 도심 사유 경험을 확대하기 위하여 집에서 n분 거리에 있는 빈집을 일시적으로 스콰팅(squatting) 함으로써 생태적, 인문적 전환을 꾀하는 방안을 모색해 냈다. 광주광역시는 도심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2024년까지 788호를 매입・철거・안전조치・리모델링 등을 연차별 추진하는 정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동구는 충장로 4~5가 일원 빈집・점포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빈집 청년창업 채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같이삽시당은 광주형 스쾃이 실현되면 주거지 미관 훼손, 범죄 발생 우려 등 각종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문화, 예술, 생태 가치에 대한 지역민의 일상 접근성 확대로 쇠퇴하는 구도심과 마을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도 올라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삶은예술이당, ‘장애인이든 이주민이든 광주에 살고 있는 누구나 주인공’

 

삶은예술이당(프리다 쮸 후보)은 민주화와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아이러니하게 문화다양성이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론 다른 도시에 비해서 공동체정신이 살아있는 도시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배타적인 문화 또한 강하다. 삶은예술이당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생각을 나눴다. 이주민이 광주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고 정보를 교류하고 우정을 나누는 법,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와 공간 접근성을 넘어 창작의 자유를 누리는 방법. 많은 의견 중에 우선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콘텐츠 제작을 통해 시민사회에 정서적으로 스며들고 편견을 사라지게 한다면 도시의 문화적 포용력이 확장되면서 문화의 변화가 서서히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의견을 모았다. 지자체는 ‘이들이 주인공인 콘텐츠 제작 지원’만 하면 된다. 이게 바로 삶은예술이당이 주장하는 정책이다.

 

<백가쟁명> 현장에서 ‘올해의 정책’으로 뽑힌 것은 ‘안전공정예술당’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시민네트워크의 7개의 정당과 정책, 그리고 각 당에서 내걸었던 정책을 시민과 소통하는 방법은 그야 말대로 ‘축제’였다. <백가쟁명> 자체로 ‘문화예술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네트워크이자 장’으로 작용하였다고 평가한다.

 

광주문화재단은 시민투표를 통해 올해의 정책으로 선정된 ‘예술인 의회 설치 및 운영’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 네트워크와 함께 내용을 보완하고 광주광역시, 시의회와 협력하여 시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할 예정이다. 황풍년 대표이사는 “모든 당의 정책이 가치 있고 우리가 고민하여 해 나아가야 할 정책”이라며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한 정책네트워크의 소중한 과정이 무의미하게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ginbang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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